미련이란

끝없이 흐르는 마음

by JE

요즘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달콤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디엠 하나만 열어도 웃음이 터지고, 자기 전에 “잘 자” 한마디만 해도 좋을 텐데, 현실은 늘 텅 비어 있다.

하람은 예전에 내게 말했다.
“처음에는 연락도 잘 안 받아주고, 정말 힘들다 싶었는데, 사귀고 나니까 정말 에겐이네.”
지금 생각하면 하람이와 했던 모든 대화 하나하나 다 웃기다는 생각만 든다.
그가 먼저 다가와 전 남자 친구정도는 잊게 해 주겠다며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던 그였는데, 2달 만에 이별이라니.
그리고 그는 벌써 누군가와 함께 웃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뒤늦게 미련을 남긴 걸까.
왜 아직도 그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며 마음 한편이 울컥거리는 걸까.
그가 다른 여자에게서 보여주는 작은 행복에 나는 속으로 부러워하고, 동시에 무력해진다.
우리도 다들 잘 어울린다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 남은 걸까.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설득하려 한다.
하람은 어쩌면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너무 정이 떨어져 마음이 떠난 거일 수도 있다.
헤어지고 나자마자 그는 마음을 비운 듯하다.
나는 여전히 그 감정에 매달려 허우적대는데, 그는 새로운 사랑 속에서 이미 웃는다.

“면허 따면 누나 보고 싶을 때마다 바이크 타고 보러 갈게!” 라며 말하던 하람이.
이제는 나와했던 그 약속을 그 여자에게 해주겠지, 나와 헤어지고 딴 면허로 그 여자를 보고 싶을 때마다 보러 가겠지.

분명 그 약속을 한 것도, 그 말을 먼저 들은 것도 난데, 왜 지금 하람이 곁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닌 걸까.

그때의 다짐과 행동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모두 거짓이었을까.
나는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원망한다.


내가 싫다던 행동들은 날 위해 다 고쳤던 그였는데. 과연 그가 내 앞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진짜였을까 사랑을 연기했던 건 아니었나.
그 모든 변화가 나를 위해서였다고 믿고 싶지만, 이제는 믿을 수 없다.

1살 연하, 1살이라도 어린 건 어린 걸까.
1년만 늦게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
보고 싶다. 사실 지금도 눈물이 맺히는데, 시원하게 터지진 않는다.
나는 진짜 슬픈 걸까, 아니면 그저 하람이에게 미련을 갖는 내 모습에 심취한 걸까.
내가 나 자신에게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 감정조차 믿을 수 없고 내 감정조차 확신할 수 없다.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람이든 재현이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서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난 아직 혼자 있기엔 의지할 사람이, 날 지탱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내가 몸에 상처를 내고 돌아오면 두 사람 모두 날 걱정해 주고, 속상해하고, 하지 말라던 순간들이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면, 재현과 함께 했던 풋풋한 사랑처럼, 오직 그 사람만 바라보며, 하람처럼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다음 사랑은 가능할까.
그 풋풋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마음 한편이 하람에게 묶여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세상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늘도 나는 혼자 앉아, 희뿌연 하늘을 바라본다.
숨결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마음을 덮어 하루가 흐릿해진다.
무너진 채로 숨을 쉬며, 사랑의 잔향과 미련이 겹쳐 세상은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