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게 만든다
하람은 면허를 따면 나를 보러 온다고 했다.
“보고 싶을 때마다 오토바이 타고 갈게.”
그 말을 믿었다. 그 말 하나로 나는 살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정말 그렇게 하고 있을까.
이제 그 말의 대상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일까.
나와 헤어지고 면허를 땄고, 오토바이도 샀다고 들었다.
아마 지금의 연인에게도 그 말을 똑같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람이 했던 모든 말이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거짓이었다면, 나는 덜 아플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그는 나와 함께할 때, 진심으로 변했다.
내가 “그런 행동 안 하면 안 돼?”라고 말하자,
무면허 운전도, 평일의 술도, 길 한복판에서의 담배도,
미인정 지각도 모두 멈췄다.
그런데 헤어진 뒤,
그가 바꿨던 모든 것들이 다시 돌아왔다.
다시 길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늦고, 다시 방황한다.
그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사이의 ‘진심’이 어디까지였는지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자꾸 생각한다.
한 살 어린 그는, 정말로 ‘어렸다’는 이유로 그랬던 걸까.
우리가 1년만 늦게 만났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솔직히, 아직도 보고 싶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모르겠다.
이게 정말 슬픔인지,
아니면 내가 ‘하람을 그리워하는 나 자신’에게 심취해 있는 건지.
혹시 나는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걸까.
별일도 아닌 일로 힘든 척하는 걸까.
요즘은 내 감정조차 믿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바란다.
하람이든, 재현이든,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들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주길.
누군가 나를 붙잡아주길.
나는 아직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자해를 하면,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마음 아파했다.
“그만해, 제발.”
그 말에 속상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걱정이 사랑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이런 나도 참, 미성숙하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때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재현과 있을 때처럼 풋풋하게,
하람과 있을 때처럼 손익 따지지 않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나는 또 그 사람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모든 애정을 쏟아붓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너무 순수했고,
지금의 나는 너무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