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이란

삶을 견디는 것

by JE

사랑은 나를 무너뜨리지만,
그 무너짐 속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그게 지금의 나다.
무너짐 속에서도 나는 살아 있다.
하람을 떠올린다.
나는 예전에 말했다.
“훗날에 친구든 연인이든, 어떤 모습으로든 내 곁에 존재만 해줘.”
그건 진심이었다.
하람이 사람이든, 기억이든, 세상 어딘가의 존재로라도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게 내가 사랑을 믿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은 꼭 함께 있어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진짜 사랑은, 어디에 있든, 어떤 시간 속에 있든,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이 곧 애정이고, 그것이 사랑이다.
나는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무너진다.
애정이 내 삶의 근원이자 가장 큰 상처다.
사랑은 나를 구원하고, 동시에 나를 찌른다.
그래도 나는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 애정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하늘은 넓다고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은 작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하늘을 끝없이 넓다고 느낀다.
내 감정도 그렇다.
전부를 본 적 없는데, 끝없이 깊고 넓게 느껴진다.
그래서 묻는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할까.
왜 하필 이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사람에게만 값이 없는 것 같아서,
나는 누군가의 애정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사랑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그 무너짐 속에서도 나는 나를 이해하려 애쓴다.
오늘의 나는 여전히 무너지고 있지만,
그 무너짐 속에서도 살아 있다.
하지만 살아 있음은 가끔,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상처는 조용히 내 안을 잠식하며, 숨조차 빼앗는다.
사랑은 나를 구원하는 동시에, 내 심장을 찌른다.
오늘도 나는 무너지고, 내일도 무너질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 말 없이, 이 텅 빈 삶을 그대로 견딘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