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이었다
너에게 말하고 싶어. 고맙다고.
너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그때의 나는 서툴고, 어리숙했지만, 너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럼에도 묻고 싶은 마음이 남아.
왜 하필 내가 널 가장 사랑할 때, 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왜 하필, 내가 널 가장 필요로 할 때 떠나야만 했는지.
그때 네가 나에게 술기운에라도 연락을 했다면, 나는 당연히 받을 거였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널 다시 나의 사람으로 여겼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내가 붙잡았을 때 살짝이라도 붙잡혀줬더라면, 나는 아마 그렇게 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첫사랑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풋풋했던 시절의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거든.
그러니까 재현아, 우리가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그때는 연인이 아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남자.
만약 그것조차 어렵다면, 조용히 서로를 응원하며, 좋은 마음으로 서로를 떠올리는 사이가 되자.
나는 지금도, 늘 너의 행복을 바라고 있으니까.
너의 첫사랑은 내가 아닌 걸,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날 가슴 깊은 서랍 속에 예쁘게 포장해서 추억으로 남겨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 대신, 우리 서로 나쁜 기억으로 남지 말자.
가끔 서로를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 미소 지으며 “좋은 추억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랄게.
넌 나의 첫사랑으로, 나의 여름으로, 내 가슴 깊은 곳에 아주 아름다운 박스로 간직할 거야.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웃었던 날, 서로 설렜던 순간,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모두 들어 있어.
그리고 그 박스가 열릴 때면, 조용히 미소를 짓고 나의 삶을 살아갈 거야.
처음 너를 사랑했던 순간부터,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은 나에게 특별했어.
사랑을 배우고, 상처를 겪고, 그럼에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껴 본 경험은 내 삶에서 가장 따뜻한 여름이야.
너의 사랑 덕분에 다음 사랑에게 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되었고, 너의 이별 덕분에 좀 더 성숙하게 이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느낀 마음은 설레고, 아프고, 아련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게 소중했어.
첫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성장했고, 그 기억 속에서 사랑을 이해하며 살아갈게. 너와의 이별은 너무나도 아팠지만 넌 나의 첫사랑이자, 내 여름이야.
그리고 그 여름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가슴속에서 조용히, 아련하게 남아 있을 거야.
그때 네가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어.
고마워.
그때 너의 눈빛과 너의 표정을 잊지 않을게.
안녕
영원한 나의 여름, 재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