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시간을 견디는 것
만약 먼 훗날,
우리가 정말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아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너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 거야.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
그때의 나는, 너를 미련이 아닌 ‘그리움’으로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너의 앞에서는 웃으면서 말할 거야.
잘 지냈냐고, 아픈 곳은 없었냐고,
힘든 일은 없었냐고, 괜찮았냐고.
그저 오래된 친구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묻고 싶다.
물론 나는 알아.
그 순간, 눈물이 턱 끝까지 차오를 수도 있다는 걸.
참아왔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걸.
하지만 그럴 땐 네가 없는 곳에서 울 거야.
널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네 앞에서만큼은 강해 보이고 싶으니까.
널 불편하게 하지 않고, 널 힘들게 하지 않고, 너에게 부담 주지 않고 그냥 나 혼자 너 모르게 혼자 울음을 터뜨릴게.
그렇게 울고 나면,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네 앞에 설 거야.
평범한 얼굴로, 담담한 목소리로,
마치 오래된 계절을 다시 건너온 사람처럼.
그리고 만약, 정말 만약에
내가 너의 앞에서 울게 된다면
그땐 그냥 조용히 나를 안아줘.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그 순간만은 아무 설명도 없이
내가 무너지는 걸 허락해 줘.
그러면 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을게.
너의 품 안에서 잠깐 울고,
그다음엔 웃을게.
괜찮다고, 이제 됐다고.
혹시라도 내가 계속 힘들고 계속 슬퍼도 괜찮아.
나는 참는 걸 잘하니까.
그래서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너를 원망하지 않을 거야.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이 인연을,
하나의 계절처럼 흘려보낼 거야.
언젠가, 다음에,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너는 그냥 정말 좋은 타이밍에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성숙해져 있을 거야.
너를 붙잡는 대신,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대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네가 날 사랑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하람아,
다음번엔 우리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서로의 앞에 다시 설 수 있기를 바라.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서로의 마음이 닮아 있기를.
그날이 온다면,
나는 다시 너를 사랑할 거야.
그리고 그때, 너에게 바랄 수 있는 건 단 하나야.
다시, 나를 사랑해 줘.
물론 우리가 사귀던 그때, 네 마음이 진심인지, 내가 정말 네 사랑 안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만큼은, 그 순간만큼은
너도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