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사랑이란

날 사색에 빠지게 만든다

by JE

오늘, 너를 봤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했는데,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장이 조금 쿵 했어.
피곤해서 인상 잔뜩 쓰고 부전공 가는 길이었는데,
그 길 위에서, 너를 마주쳤어.
너도 날 봤을 거야.
내가 네 오른쪽 위쪽쯤에 있었으니까.
계단을 내려가며 스쳐 지나가는데,
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벽에 기대서 서 있었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게 뭐라고,
그냥 스쳐간 건데.
그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남는다.
그때의 너는 참 차가웠는데,
그 차가움이 내 마음 어딘가를 계속 건드려.
아픈 건지, 그냥 씁쓸한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이상하게 계속 그 장면이 떠올라.
벽에 기대 서 있던 너,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사람들이 말하길,
너랑 그 애는 오래 못 간대. 안 어울린대.
근데 그건 이제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
진짜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냥, 이렇게 빨리, 이렇게 벌써,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걷는다는 사실.
그게 마음을 서서히 조여와.
묘하게 서늘하고, 기분 나쁘게 익숙한 아픔이야.

가끔은 생각해.
나는 또 사랑할 수 있을까.
너한테 했던 것처럼,
조심스럽지만 진심으로,
누군가를 믿고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까.
결혼이라는 게 떠오르면,
왠지 더 가슴이 서늘해져.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도 두려운데,
결혼까지 하면 그 상처가 훨씬 깊어질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랑의 끝과 영원의 무게가 한꺼번에 몰려와
숨이 조금 막히고 미래가 두려워져, 마음이 저릿하게 아려.
그래서 나는 그냥, 연애를 하고, 보고 싶을 때 보고,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돼.
그게 지금 내 마음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이니까.

나에게 사랑은 믿음이고, 신뢰고,
그리고 ‘눈빛’이야.
지킬 수 있는 약속,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리고 그 눈빛 하나로 모든 걸 말해주는 사랑.
그게 내가 믿는 사랑이야.

너는 한때,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었지.
별을 박아놓은 듯 반짝이던 눈,
애정이 그대로 묻어 있던 시선.
그때 넌 정말 나를 사랑했었을까.
아니면, 그냥 그 순간의 감정이었을까.
이젠 알 수 없지.
그래도 확실한 건,
그 눈빛은 내 기억 속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거야.

너를 다시 보니,
이상하게 숨이 막히고
한편으로는 조금 편안하기도 했어.
이제 너는 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걸 완전히 받아들이기엔
아직 조금 아린 것 같기도 하고.

벽에 기대 서 있던 너의 모습,
그 장면이 내 오늘 하루를 다 삼켜버렸어.
그냥 좀 보고 싶었어,
그게 다야.
그냥, 보고 싶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