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때는 아니었는지
나의 여름,
나의 사랑,
그리고 나의 영원한 추억.
그 사람을 부를 때마다
나는 계절 하나를 함께 불러온다.
여름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그다음에야 사람이 온다.
나의 그 여름 시간과 장소, 사람은 모두 그였다.
가장 뜨거웠던 순간에
나는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
원망은 차갑게 남아
지금도 내 안에서 형태를 유지한다.
그 원망은 나의 낭만이 되었고,
낭만은 결국 나를 가장 오래 붙잡는 잔여물이 되었다.
새벽 세 시.
세상이 가장 무너져 있는 시간에
그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디엠이라는 좁은 공간을 통해.
곧이어 도착한 말 한 줄.
“미안해, 잘못 눌렀어.”
그 문장은 설명이었지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실수라는 단어는 너무 가볍고,
그 시간은 너무 정확했다.
그는 왜 그 밤에
나와의 디엠을 열었을까.
오래된 대화를 굳이 찾아 들어가
그 방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추억이었을까,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었을까,
아니면 아주 미세한 그리움이
우연처럼 스쳐간 순간이었을까.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
그는 그 새벽에
내 이름이 적힌 공간에 들어왔고,
그 손끝이 전화를 눌렀다는 사실.
만약,
정말로 나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던 거라면
나는 묻고 싶다.
왜 지금이었는지.
왜
그때는 아니었는지.
내가 하루하루
연락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저 조용히 무너지며
그를 기다리던 시간들 속에서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왜 그토록 완벽하게 조심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야
이토록 정확한 실수를 했는지.
그의 실수 하나로
나는 다시 흔들린다.
몸 안쪽 어딘가에서
균열이 나는 소리가 난다.
무너진다기보다는
떨어져 나간다.
이미 굳어 있던 감정의 일부가,
굳어가던 그 사람과의 기억이
조용히 분리된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다.
추억일 수도 있고,
아련함일 수도 있고,
끝내 정리하지 못한 미련일 수도 있다.
혹은 그 모든 것이
이미 의미를 잃은 채
남아 있는 잔상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그의 사소한 실수 하나로
나의 하루는
맞춰지지 않은 퍼즐처럼 흩어졌다는 것.
조각들은 모두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 채
하루를 접는다.
계절은 이미 여름을 지나
다른 이름을 향해 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여름의 온도에서
조금 벗어나지 못한 채
서 있다.
아무것도 확신하지 않은 채,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