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낸 시간
난 내가 이렇게 행복을 느낄 줄 몰랐다.
어느 날부터인가 죽음이 무서워질 줄도 몰랐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예전의 나는
“떨어지면 죽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는데,
이제는
“떨어지면 죽겠다”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그래서 높은 곳이 무섭다.
그래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게 실감 난다.
이렇게 편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죽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들이
정말로 지나갈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나는 내가 성인이 된 모습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 미래는 늘 중간에 끊겨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일을 생각하고,
몇 년 뒤를 상상하고,
아주 먼 미래까지 그려보고 있다.
이게 기적 같아서,
가끔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할 정도다.
살지 못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지금의 공기,
지금의 웃음,
지금의 사소한 평온함.
그래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처음으로 진심으로 해본다.
나는 한때 신을 원망했다.
이렇게 힘들게 살게 할 거라면
차라리 끝내버리지,
왜 죽을 용기도 살 용기도 없이
버티게만 하냐고.
그때의 나는
삶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삶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 시기를 내가 버텼기에
지금 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그 밤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침이 있다는 걸.
가끔 생각한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또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확신은 없다.
지금의 나라도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도망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나는 이제
과거에 매달려 있지 않는다.
이젠 미래를 바라본다.
현재를 살아간다.
앞으로 어떤 힘듦이 올지 모른다.
어쩌면 그때보다 더 힘든 순간이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안다.
내 고통과 아픔은
내 삶을 무너뜨리는 이유가 아니라
앞으로 덜 아프기 위해 배우는 과정이었음을
이제야 조금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이젠 죽기 위해 버티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버티는 삶을 살겠다고.
나는 아직 여기 있고,
앞으로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