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 다른 사랑
날 그렇게 좋아해 주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에게 호감을 보이던 사람들도, 나의 첫사랑도, 나의 첫애정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많이 좋아해 줬는데
왜 나는 정작 나의 사랑에게는 잘해주지 못했을까.
나에게 호감을 표하고 다가왔던 사람들은 왜 밀어내기만 했을까.
그리고 지금도 오는 사람들을 나는 왜 외면하기만 할까.
이미 지나간 사람이나,
애 먼 사람들한테 매달리면서
정작 “왜 나는 애정을 받지 못하는가”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는 내가 멍청하게 느껴진다.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오는 호감을 그대로 받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밉다.
나의 첫사랑은 감정의 시작이었다.
두근거림이 있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고,
기대고 싶어지는 그런 사랑이었다.
반면 첫애정은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그 사람에 대한 책임감,
상대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보다 내가 더 어른이 되어,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내 곁에 있을 때
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그들에게 내 아픔을 보여주며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 말고
그냥 믿고, 나도 최선을 다해 사랑할걸.
마음을 아끼려 애쓰지 말고
진짜 모든 걸 줄 것처럼 사랑할걸.
사랑한다는 말을 더 하고,
서로 맞춰가면서 사랑할걸.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이
지금까지도 조용히 남아 있다.
첫사랑과는 4개월을 연애했다.
그동안 “사랑해”를 386번,
“보고 싶어”를 108번,
“미안해”를 85번 .
썸 타던 그때도 사랑한다고 말했고
자기야라고 부르며 연애처럼 썸을 탔다.
그래서 첫사랑은, 지금도 생각하면 아련하다.
나의 첫애정과는 한 달 반을 연애했다.
그동안“사랑해”는 158번,
“보고 싶어”는 100번 이상,
“미안해”는 32번.
그 사람은 그냥 나의 애정 그 자체였다.
내가 보호자가 되고 싶어질 정도의 애정이었다.
첫사랑은
내가 기대고 싶었던 사람,
나의 모든 걸 처음으로 알고
나와 처음으로 시간을 나눈 사람이었다.
내 약한 면, 어두운 면, 애 같은 면까지
전부 처음으로 보여준 사람.
그래서 “사랑해”가
습관처럼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관계였다.
솔직히 말하면
애틋함, 불안, 의존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이건 그냥 달달함이 아니라
떨어지면 무너질 것 같은 사랑이었다.
그래서 첫사랑은 지금도
내 안에서 사람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덩어리처럼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솔직했던 시절로.
반면 나의 첫애정이었던 사람은
내가 지켜주고 싶어진 사람이었다.
불안해서 붙잡은 게 아니라
“얘가 아프면 내가 아프다”가 먼저였던 관계.
그래서 나는 그 사람 앞에서
스스로 보호자가 되길 자처했다.
이 사랑은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신 깊이 말하지도 못한 채
내가 스스로 줄이려 했던 사랑이었다.
같은 사랑인데
왜 이렇게 다른 형태가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첫사랑을 만났을 때의 나는
처음으로 마음을 온전히 열었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배웠다.
그때의 나는“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랑은
설렘, 의존, 불안, 확인이 섞인
‘받는 사랑’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애정을 만났을 때의 나는 달랐다.
이미 한 번 사랑해 봤고
아픔이 뭔지 알았고
상처를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자동으로 바뀐 것 같다.
이제는 “날 좋아해 줘”보다
“이 애가 다치지 않았으면”이 먼저였고,
설렘보다 안정, 보호, 책임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래서 나의 첫 애정이던 그에게는
사랑보다 애정이 먼저 나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