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보이스피싱을 막기위한 지연 이체 서비스에 관한 칼럼이 IT동아에 게재되었습니다.
얼마 전, 대학 등록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입학이 취소된 수험생 소식이 전해졌다. 등록금 납부 마감일에 수험생 학부모가 등록금을 입금한 통장의 카드를 주변인에게 건넨 뒤, 등록금 납부를 부탁했던 것. 그렇게 등록금을 입금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체 처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ATM을 이용해 송금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인출되지 않는 ‘ATM 지연인출제도’가 적용되는 계좌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ATM 지연인출제도는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만든 제도이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납치 등을 빙자해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거나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를 발설하도록 유도하는 금융사기를 의미한다.
지금은 워낙 보이스피싱에 대한 안전 수칙과 피해 사례들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예전보다 피해를 당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 시도 전화는 종종 있다. 또한, 요즘은 중국 동포 말투가 아닌 표준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거나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면밀히 파악하고 악용하는 등 그 수법은 더욱 치밀하게 바뀌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속지 않는 것이지만, 순간적으로 당황하면 기존에 알고 있던 안전 수칙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피해자에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연 이체, 지연 인출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연인출제도란, 2012년 6월에 시행한 제도로 초기에는 300만 원 이상 입금했을 때 10분간 출금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이후 제도가 더욱 엄격해져 100만 원 이상 입금 시 30분간 출금 지연으로 강화됐다. 즉, 100만 원 이상 이체되거나 송금된 계좌에 돈이 입금된 후 실제로 ATM 기기 등에서 인출 및 이체하려면 30분동안 기다려야 한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당황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사기단이 요구한 계좌로 입금한 후, 다시 상황을 파악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노리고 사기단들은 입금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돈을 인출하는 수법을 많이 사용했다. 이러한 수법을 막기 위해 지연 이체 및 인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30분 지연에도 불안한 경우에는 지연 이체 시간을 3시간으로 늘릴 수 있다. 지연 이체 시간이 길면 길수록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효과가 높다. 이 서비스는 해당 은행에서 신청하면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는 이미 오래 전에 등장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한 교육에도 불구하고 그 수법 또한 정교해져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다. 특히, 2017년까지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나 피해금액은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2018년 다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는 사람들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교육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다. 이런 마음가짐에 대한 교육보다 지연 이체 및 인출 서비스 등과 같은 금융기관이 마련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등록금 미납 사건은 아직 지연 이체 서비스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개인 스스로 이러한 제도를 잘 알아두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업계가 자체적으로 알리는 노력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