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듯

내가 미켈란젤로는 아니지만

by 아침이




Every block of stone has a statue inside it

and it is the task of the sculptor to discover it.


모든 돌덩어리 안에는 조각상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조각가의 임무이다.

- Michelangelo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글쓰기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믿어 왔다. 창작이란 모름지기 좋은 인풋(in-put)으로 좋은 아웃풋(out-put)을 내는 것이기에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자연스레 더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겠지!’ 같은 결심을 한 것은 아니었고 글을 쓰려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가볍게 지나치던 에세이 코너에 길게 머물게 되었고, 스치듯 지나갔던 책의 제목들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읽지 않고 넘겼던 저자의 말과 목차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과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른 이의 글을 읽다 보면 보면 창작욕구나 영감 같은 것들이 느닷없이 찾아올 때가 있다. 갑자기 첫 문장이 번개처럼 떠오른다거나 쓰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 글 역시 자기 전 침대에 누워 가벼운 마음으로 이북을 읽던 도중, 번뜩 한 문장이 가슴을 울려 시작되었다. 침대 위 무드등 하나만을 켜놓은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핸드폰 메모장에 두서없이 써내려 간 글이다. 나를 깨운 것은 추천사의 한 구절이었다.


‘흰 종이가 아이디어를 채워 넣는 공간이 아니라 탐색하는 공간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 문장은 글쓰기가 오로지 창작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 주었다. 글쓰기가 탐색이라면, 예술가는 이미 존재하던 것을 새롭게 발견해 내는 탐험가가 아닐까.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돌 속에 숨겨진 조각을 발견하는 것이 조각가의 작업이라고 한다면, 글을 쓰는 작가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종이 아래에 잠들어 있는 단어와 문장들을 깨우는 사람'

'머릿속을 부유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종이 위로 붙잡아 두는 사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 들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여 세상에 내어놓는 사람'


무에서 유를 빚어내는 창작의 고통이 아닌, 흙 속의 유물을 조심스레 꺼내는 고고학자의 발견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묻혀 있던 단어와 문장들을 조심스레 발굴하여 다듬고, 세상에 내어 놓는 일. 그렇게 이미 존재하고 있던 것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 작가의 일이자 예술가의 역할일 것이다.


성경 속 솔로몬 왕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내 안에 부유하는 생각들은 역시 오래전 누군가가 했던 것 일 수 있고, 내가 특별하다 여기는 내 삶의 이야기도 어쩌면 흔한 이야기 중 하나 일 수 있다. 하지만 발견하고 세상에 끄집어내는 과정 속, 나만의 숨결을 불어넣고 새로운 색을 입히는 것이 나의 몫이겠지. 비슷하고 흔한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새롭고 다른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존재해 왔던 익숙한 것에 또 다른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낯선 숨결을 발견해 내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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