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야 되는데?

질문은 그만하고 즐거운 점이나 찾아봐

by 아침이






나는 2주에 한 번씩 정신건강 클리닉에 다닌다. 클리닉에서 하는 일은 30분가량 상담을 하고, 상태에 맞는 약을 처방받는 것이다. 덕분에 나를 담당하는 선생님은 내 일기장 다음으로 내 일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선생님은 늘 “요즘엔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바뀐 약이 어땠는지나, 지난 보름간의 기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난 뒤엔 일상에서 있던 의미 있는 일들을 말하곤 한다.


저번 상담에서는 ‘브런치’가 그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는 질문에 내가 '글을 왜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더니 선생님은 웃으며 ‘보통은 그냥 하죠’라는 대답을 돌려주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이유를 찾는다는 건 계속하기에 불편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수 있어요.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거나,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거나, '왜'라는 질문은 꼭 그 대상 자체보다는, 다른데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요즘 약속도 많고 부쩍 피곤했던 게 떠올랐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기로 결심했으나, 꾸준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 '왜'라는 질문 뒤에 숨어 안 해도 될 이유를 찾으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슨 일이건 ‘왜’ 해야 하는지 물음에 사로잡히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더 먼저 나오는 법이다. 오늘 운동을 안 해도 되는 이유는 1초 만에 다섯 개 정도는 말할 수 있는데 반면 오늘 꼭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쥐어 짜내봐야 두세 개가 최선이다.


운동 안 해도 되는 이유 : 내일 해도 됨, 오늘은 해가 뜨거움, 러닝은 재미가 없으니 다른 운동으로 바꾸고 싶음, 한 두 번으로는 효과가 없는데 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할 자신이 없음 등등 …

운동해야 하는 이유 : 살을 빼야 함, 운동하면 건강해짐



그런데 운동을 그냥 하면? 그냥 하는 거다. 하다 보면 건강해지고, 살도 빠지고, 체력도 붙는다. 학생은 학교를, 직장인 회사를 큰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다닌다. 회사를 다니기 싫은 이유, 그만두고 싶은 까닭을 말해보라 하면 다들 할 말 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다니고 있기에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그냥' 하다 보면 뜻밖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즐거운 일, 보람찬 시간, 때로는 의도치 않은 성취까지. 결국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냥’ 하는 쪽이 더 이로운 일일 수 있다.


글 쓰는 것 역시 그러한 것 같다. 때로 '내가 왜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런 생각은 무시하고 그냥 쓰는 게 답이다.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무엇이든 남게 되겠지. 언젠가 돌아보며 그래 그때 포기하지 않고 쓰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생각난 김에 그냥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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