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직장인 3년차,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싶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직장인 3년차, 퇴사하지 않는 한 저는 아마 앞으로도 똑같은 삶을 살아갈 거에요.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글쓰기를 시작으로 일상에서의 변주를 주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소개하고, 좀 더 나를 위해 가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또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작하겠습니다.
직장인이 되어 해보고 싶었지만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 할 순 있었지만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일들을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글쓰기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같이 해내고자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변화를 실천하고, 변화하기 위해 글을 쓰며 점점 B급에서 A급의 행복을 찾아가는 일상 에세이를 담아내겠습니다.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0. 직장인 3년차,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싶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일요일 아침, 눈을 가늘게 뜨고 본 시계는 11시를 향해 있었다. 암막커튼 사이로 햇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픈 마음보다는 전 날 마신 술의 기운으로 바짝 말라버린 입 속의 답답함이 먼저 느껴졌다. 옆에 널부러져 있는 반정도만 차 있는 2L 생수통을 통째로 벌컥 들이키고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부스스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고 전날 아무곳에나 벗어놓은 옷가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대전화를 켜고 카카오톡을 켜니, 일요일이라고 웬일로 떠 있는 대화가 없었다. 다들 나처럼 늦게 일어나서 늦은 일상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전날 같이 술을 마신 사람들은 두말하면 입 아플 것이고. 다들 똑같은 삶들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켠에서는 그렇게 똑같고 싶지는 않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중 한 곳을 졸업하여 꽤 어린 나이에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입사했을 땐, 내 앞에는 그저 장밋빛 미래만 있을 것 같았고 누구보다 성공한 인생을 사는 최고의 '주인공'일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아름다움만 가득할 것 같은 내 현재는, 뭐 가시덤불이나 황량한 사막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밋빛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구색도 갖추고 있고 그럴싸해 한 번은 방문해도 다시 찾아야 할 이유는 없을 아주 지극히 평범한 집앞 공원 정도의 칙칙함과 밝음의 공존, 그 정도였다.
누가누가 행복한가 콘테스트를 해서 등급을 매긴다면, 나는 B등급일 것이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기업 들어가 9 to 6의 딱 아주 루틴한 생활로 어른들과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밥 걱정 없는 행복함. 물론 그 행복이 나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누구에게는 이마저도 아주 간절한 행복일 것이다. 하지만 매슬로우가 이야기했듯 결국은 기초적인 욕구들이 쌓여나간다면 위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듯이,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직장생활 1년차에는 사회를 겪어보지 못한 풋내기인지라 적응하는 데에 바빴고, 원하던 곳에 들어간 성공한 자의 마음과 주변에서의 칭찬과 부러움으로 마냥 행복했다. 2년차가 되었을 땐 일은 익숙해졌고, 나를 조금 돌아볼 여유가 생겨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불필요한 소비는 소확행이란 단어로, 과한 지출은 'FLEX'라는 단어로 합리화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리고 지금의 3년차가 되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돈으로 소비하는 데에는 재정상의 한계가 있어 자중해야함을 깨달았고, 직장동기들이나 대학 친구들을 만나 저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땐, 나의 지난 2년 간이 잘못된 시간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년 한 해 내가 들인 '소확행, FLEX'라는 단어가 갑자기 밉보였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유연하게 만들지 않는 단어가 될 수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진정으로 나를 생각할 여유가 완전히 생기고 소비 이외로 만족할 수 있는 나의 행복을 찾는 여행기가 비로소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요즘은 열심히 살 필요도 없고 미니멀리즘이라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할 필요도 없는 시대이며, 나를 위해서 유랑하고 진정한 나를 찾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는 시대이다. 인스타그램이나 매체에서 보이는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사람들과 유튜브에서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되어 하루하루 화려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 일상보다는 아주 조금만 더 특별해지고 행복해지고 싶어졌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비교하기 위한 A급이 아닌, 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진짜 A급이 되기 위해.
그래서 내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글을 써보려고 한다.
크게 변하지 않을 내 일상에서 조금의 변화를 찾기 위한 글을 써내려갈 것이다.
카카오 브런치는 누구도 올려볼 수 있는 공간이니까, B급의 행복을 가진 내 마음도 풀어내는 것이 허락되어 있는 공간이니까, 편안하게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