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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봇 Jun 08. 2020

06. 오랜만에 오는 친구의 연락은 상당히 불편하다.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06. 오랜만에 오는 연락은 꽤 불편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1년 전 즈음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친구가 오랜만에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나에게 어떤 용무가 있어서 연락했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그 '오랜만의 안부문자'는 재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내게 어떤 조언 혹은 문의를 하고자 하는 인사(정확히는 부탁)였고, 나는 적당히 대답을 해주고 끝냈다. 실제 답변은 '아 그런 분야는 잘 모르는데.' 라고 하면서 에둘러 거절의 표시였고, 그 친구는 이 연락에 대해 불편해함을 알아챈건지 혹은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한 것인지 순순히 물러가 주었다. 그리고 아마 나에게는 두 번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다. 아, 결혼식이 있을때는 어쩌면 빼고.


 비슷한 일들이 여럿 있었다. 그다지 친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연락을 할 일이 없었던 친구의 갑작스런 연락은 대부분 결혼식에 대한 얘기로 귀결되었다. 사실은 달가운 연락은 아니나,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니 의례껏 '축하해' 한마디를 하고 적당한 안부 및 만나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다 메시지는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인터넷의 일화처럼, '나는 결혼식에 가지 않고,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물론 난 퍼온 글이고, 이건 언니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식의 오랜만의 연락이 썩 달갑지 않게 되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일상 안에서 나와 접점이라고는 없었던 사람과의 어떤 이벤트들을 챙겨야한다는 건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었다. 어차피 그 이벤트가 지나면 아주 높은 확률로 나는 인연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고, 내가 투자한 시간과 경제적인 원조는 아마 대부분 매몰비용(Sunken cost)이 되어 있을 것이다. 침몰할 것으로 보이는 배에 굳이 탑승해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그런 시도는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히어로를 꿈꾸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현실을 사는 어른이 되었기에, 나는 근본적으로 탑승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아마 혹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이런 상황을 아주 살갑게 맞이하고 나중에 자신이 그런 때가 오면 '보상'을 요구하는 의미로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는 그런 계산을 하지 않고 대신 포기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관두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왜냐면 어차피 피곤하니까.


 오랜만에 오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연락은 불편하고, 맥주한 캔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반복하고 쓰는 브런치는 좀 더 편안하니까, 나는 차라리 후자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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