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05. 브런치 조회수 2만 3천을 받은 '작가'입니다.
최근 글을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모종의 부담감이 애써 써내려간 글을 썼다 지웠다 하게 만들었다. 바로 직전에 썼던 글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인해 다음에 소개가 되었고, 내 글을 누군가가 단시간에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글을 쓴 사람으로서 글이 부끄럽진 않았나를 다시 보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런 노출이 혹시나 다시 있지는 않을까하는 시기 이른 걱정으로 어딘지 모르게 새롭게 쓰는 글들은 미완성처럼 보였고, 재미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요즘 글을 쓰는데, 그게 다음에 노출이 되어서 갑자기 2만 3천이라는 조회수가 되었어."
최근 글을 쓴다는 사실을 주변 친구들에게 일부 알렸고, 그들은 어떤 글인지 궁금해했다. 많은 망설임 끝에 글과 그 글 안에 있는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글과의 아주 이상한 권태를 이야기하자 친구는 이야기했다.
"눈치 보지 않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맞는 말이었다. 왜 나는 내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이 글이 완벽해야한다 생각했고 벌어지지 않은 이벤트에 대해서 눈치를 봤던 것일까.
그 글을 과감하게 소개하길 잘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저런 앱푸시를 회사에서 확인했을 때, 구독자는 한자릿수에 글은 고작 다섯개인 나의 글에는 생경한 숫자였기에 나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일시적인 오류일거라 생각했고 농간을 하는 느낌의 앱푸시를 왼쪽으로 부드럽지만, 재빠르게 스와이프했다.
'조회수가 2,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습니다.'
세 개의 앱푸시가 연달아 떠 있는 것을 보고는 무엇인가 크게 어긋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글이 많이 노출이 되었다면 '좋아요'나 '구독'이 적어도 5%정도는 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 숫자는 부동이었기에 이 오류를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생겨 '통계'라는 버튼을 클릭했다.
6,500이라는 숫자는 위의 네 개의 앱푸시를 관통하는 정확히 4자리 숫자가 맞았다. 그리고 일전의 그래프는 그 날의 Y축의 기세에 눌려 바닥을 기는 기형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유입된 조회수 대부분이 '기타'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지고 헛웃음이 나왔으며, 등에는 식은땀이 한줄기 흘렀다. 그리고 바짝말라버린 입에서 간신히 침을 모아 크게 삼키고 정신을 챙겼다.
브런치가 아닌 기타. '기타'라는 어쩌면 통계에서 가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이 단어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비로소 그 기타가 의미하는 바가 '다음카페'의 홈&쿠킹이라는 파트에 소개되어 클릭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깨닫기 전까지는 내가 투자하자마자 폭락을 시작하는 주식의 수익률을 보는 것 이상으로 당황스러웠다.
글 5개, 구독자는 10명 남짓되는 아마추어란 타이틀도 어울리지 않는 풋내기인 내게 2만 3천이라는 숫자는 부담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 부담감 이후에 글쓰기에 대한 두근거림을 주었다.
[부담감] 편하게 쓰고 싶었던 나의 글을 정말로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긴장감에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고, 느낀점을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싶었던 의도에서 좀 더 수려한 표현과 수사라는 기교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글을 더 잘써야겠다는 욕심과 또 한번 저런 날이 올까라는 것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 부담감이 되었고, 글을 쓰는 것을 망설이게 했다.
[두근거림] 다만 나의 첫 브런치에서 이야기했듯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내 행복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만이 볼 수 있는 일기장이 아닌 플랫폼을 택한 것은 누군가는 읽어주길 바라는 '독자에 대한 욕심', 그리고 '공감'이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땐 적잖게 당황스러웠지만,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신청했던 나의 첫글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하나만으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땐 자부심과 동시에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두번째 보상을 거머쥐었다.
사실 어느 매커니즘으로 선정되어 다음 메인페이지에 올라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면, 단순히 키워드에 의한 산정이었다면 내가 좀 속상할테니, 알고 싶지 않다고 조금은 쿨병처럼 묻어두겠다.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브런치는 날더러 '작가'라고 했다.
단순히 나만을 위한 글이라면 나만 보면 되는 일기장을 선택하면 된다. 브런치라는 공유하는 플랫폼을 택한 이상, 나는 '나의 경험과 생각'을 무기로 '공감과 소통'을 받아내야 하는 '작가'이다.
오늘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라는 타이틀을 브런치에서 선물받은 사람이기에 이런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 부담감으로부터 이뤄낸 나의 글이 성과로 나타났을 때의 달콤함을 맛봤기에, 나는 더욱 더 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는 연습도 하고 뻔뻔하게 글을 쓰고 자랑도 해보려고 한다.
바로,
"나는 브런치 조회수 2만 3천을 받은 '작가'입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