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못 한다는 건
두 달 전부터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그저께는 이틀 연속 고작 2-3시간을 잔 탓인지 쓰러져서 오랜만에 긴 잠을 잤다. 하지만 그마저도 중간에 깨거나 선잠과 희미한 꿈 사이를 오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고 감정의 잔상만 남아 찝찝했다. 어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정신이 너무 맑고 또렷했다. 눈도 감아보고 호흡에 집중하며 잠에 들길 기다렸다. 몇 십분이 지나도 잠은 오지 않았다. 아, 오늘도 잠이 안 오네 한숨을 쉬며 어둑어둑한 방바닥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었다. 갑작스런 불빛에 눈이 부셔 미간이 찡그려진다. 시간은 벌써 새벽 두 시. 시계만 보고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별 쓰잘데기없는 것들만 읽다가 시간을 보낸다. 눈이 따끔해지고 나서야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들길 바라면서.
잠이 문제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디서든지, 몇 시든지 나는 늘 잘 잤다. 한국에 있을 때도 독일에 있을 때도 머리만 대면 바로 잠에 들었다. 근데 왜 갑자기 잠이 안 오는 걸까. 잠을 못 잔다는 건 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7월 한 달 동안은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위해 거듭 노력 중이라, 일정한 시간에는 일어나는데 잠을 잘 못 자니 하루가 참 피곤하다. 아예 밤을 새우고 다른 일을 하면 아예 못 일어날까 봐 어두운 천장만을 깜박깜박 바라본다. 이 시간은 텅텅 비었다. 그 틈새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간다. 독일에서 붕 뜬 듯한 느낌이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나는 나인데 삶의 형태는 상이하다. 학교를 다니고 그림을 그리고 간간히 알바도 하는데도 속해 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삶에 부유하듯 떠 있다. 여기서 나는 아무 미련도 없이 흐르고 있다. 무거워져 버린 욕망이나 욕심은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비현실적인 삶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너무나 현실적인 삶에 내 자아가 서서히 찌그러진다. 가라앉았던 욕망과 욕심들이 올라와 엉킨다. 순식간에 나는 미래에 놓여진다. '이렇게 살아야 해, 이렇게 되어야 해' 하면서. 아- 나는 결국 그 사이에서 오고 가며 어느 한쪽도 기울어지지 않게끔 살아야 하구나. 잠이 오지 않은 깜깜한 밤의 시간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잠들길 바라면서 감은 눈은 앵두가 문을 긁어대는 통에 다시 떴다. 앵두와 별이가 같이 자고 싶어서 계속해서 문 앞에서 뽀시락 대고 있었다. 문을 열어 내 방에 들이고는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다. 야속하게도 별이와 앵두는 참 잘도 잔다. 나는 3-4시 즈음 잠이 든 것 같다. 일어나면 어제의 생각들은 다 사라지고 피곤함과 몽롱함만이 남아 멍하니 눈만 느리게 깜박인다.
오늘 밤은 잘 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