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

햇살이 물 위에서 반짝이는 순간

by 박효신

요즘은 치유 명상 음악을 달고 산다.

작업을 하면서 글을 쓰면서도 내내 명상 음악을 듣고 있다. 다행히도 내가 느끼는 불안의 강도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나는 미래를 생각하면 이미지의 조각들이 보였었다.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며 작업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내가 사랑하는 책들을 만들고 귀염 뽀짝한 디자인 문구들을 만드는 삶, 전시와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섞이고 섞여서 흐르는 삶. 이런 미래의 조각들이 희망이 되어 오늘을 살아나갈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 하고 싶은 것들이 좌절되고, 삶의 형태가 변형되자 보였던 이미지들이 지지직거리며 끊기기 시작했다. '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끊임없는 질문은 나의 심장박동을 뒤흔들어 놓았다.

코로나 블루, 아마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이 불안과 우울에 하루를 보낼 것이다. 정부에서는 2.5단계를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9월 6일까지 연기되었던 헬스장은 일주일 더 연기되었다. 운동을 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찰나 헬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것인데 억장이 무너지겠구나 싶었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질문들을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을 거부하고 들끓는 불안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현재의 괜찮지 않은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이런 마음을 느끼고 있구나 인정을 하고 지금 여기 이 순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고 있다.


나는 잠에 들기 전이나 일어난 후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으려고 하거나,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럼 여지없이 나는 독일에서 수영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KakaoTalk_20200904_171516602.jpg 싸인펜으로 쓱쓱 그린 내가 좋아하는 Bad Heusenstamm 수영장/ @findhyo


나는 수영을 정말 사랑한다.

수영의 모든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작업 후 뻐근한 어깨와 다리로 터덜거리며 수영장에 갈 채비를 한다. 수영복과 물안경 각종 바디용품을 넣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독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영장은 bad heusenstamm. 건물은 통유리에 바깥은 울창한 나무들이 보이고, 여름에는 작은 공원이 개방되어 공원과 수영장을 넘나들며 휴식을 하기도 수영을 하기도 한다. 수영장에 도착해 나는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뻐근했던 몸은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한다. 어느새 반대쪽 끝에 도착한 나는 벽에 발을 내딛으며 속력을 가해 반대편으로 다시 헤엄친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순간순간 나는 살아있음, 존재함을 느낀다.


KakaoTalk_20200904_171503074.jpg 2019.10.15 swimming pool series. 목판화. 여기도 Bad Heusenstamm 수영장 / @findhyo


또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이 있다.

수영장 창가에서 해가 비칠 때. 물속에서 일렁이는, 반짝이는 빛을 볼 때. 그 따뜻한 빛이 나를 감쌀 때.


목판은 내가 수영을 하다 멈춰 문득 밖을 바라보았는데 맞은편 큰 창가에서 햇살이 쏟아지고 그 빛들이 물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마음에 남은 그 장면, 나는 그 빛들을 생각하며 팠다. 조각칼로 4시간을 내리 파내어 저릿한 손으로 잉크를 발라 종이에 찍어냈는데 마음에 들어 참 행복했던 기억.

내가 좋아하는 내 그림 중의 하나이다.


눈을 감고 행복했던 순간을 곱씹어 명상을 하다 보면 햇살이 쏟아지는 수영장 물 위에서 유유히 헤엄하는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나는 자유로히 걱정 없이 유영하는 삶을.



bild3-kittel.jpg 출처 Bad Heusenstamm 홈페이지

실제 수영장 사진이다. 통유리 안의 건물이 수영장. 여름에는 바깥의 잔디밭도 개방되어 돌아다닐 수 있다.

아- 아름다웠던, 언제쯤 자유로히 다시 수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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