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발작과 불안, 그리고 불면증
7월의 나날들은 지지부진하더니 8월은 유달리 빨리 간다.
탈이 많고 많은 2020년. 기후변화로 인한 장마로 우중충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나의 불면증은 나날이 심해진다. 어제는 피곤하고 잠이 오는 것 같아서 9시 30분에 누웠다. 눈이 나름 스르륵 감기는 것이 드디어 규칙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희망을 품고 잠이 들었다. 그것도 찰나, 악몽을 꾸고 40분 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그 이후로 오전 8시 30분까지 쭉 깨어있었다. 책을 읽기도 잡지를 보기도 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혹시 전 날 먹은 게 많이 없어 배고파서 잠을 못 자나 싶어 새벽 4시에 밥을 먹었다. 밥은 맛있었는데 잠과는 상관이 없었다. 할 일을 하면서 깨어있다가 유튜브에 불면증에 대해서 검색해본다. 잠순이로 태어나서 스무 살 초중반 이후로 잠은 줄었지만 머리만 대면 꿀잠을 자던 내가 불면증이라니 기가 찬다. 잠이 이렇게 중요한 지 몰랐다. 잠은 몸의 휴식뿐만 아닌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몸의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예민해지고 하루의 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밀리고 밀리니 무기력해졌다. 무의식 밑바닥에 깔려있던 불안한 마음도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나는 제대로 된 돈은 언제 벌지?', '독일에서는 언제까지 살아야 하지?',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작업실만 있었다면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 텐데.' 평소에 하지 않을 법 한 불안의 질문들이 나를 감쌌다. 나는 휘청거리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임없이 걷고 있었다. 닥터유로 유명한 유태우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를 봤다. 이름하야 '불면증 완치 훈련.' 완치 훈련에 앞서 의사 선생님의 불면증에 대한 정의는 "자고 싶은데 잘 수 없는 것, 잔다 해도 중간에 깨고, 악몽을 꾼다던가 불쾌하게 깹니다. 일어나서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계속 피곤하고 깨어있는 낮 시간에도 멍합니다. 뭔가 덜 깬 상태, 집중이 안되고 피곤한 상태가 계속됩니다. 그런데 더 큰 고통은 뭐냐면 이게 매일 밤 반복이 된다는 겁니다. 이게 불면증입니다."였다. 완전히 나였다. 하지만 불면증의 원인을 찾아봐도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대부분이 심리적인 이유에서 기인된다고 한다.
불면증이 시작된 건 약 두 세 달 남짓 된 것 같다. 나는 타고난 멘탈과 자애감,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의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던 5월, 업무량이 폭발하던 시기에 밤새는 건 일수였고 매번 컴퓨터 앞에 열 몇 시간 씩 붙들고 작업을 했다. 불규칙적인 수면시간과 식사에 몸무게는 한 달 동안 급 7kg가 쪘다. 심장에 무리가 왔는지 숨이 헉헉대고 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계속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을 자는 데 갑자기 뒷 목이 뻐근하고 저릿함을 느끼며 갑자기 깼다. 눈을 뜨니 눈 앞에 희여무리한게 뱅뱅 돌았다. 놀라서 스탠드를 켰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불을 껐다. 근데 그 희여무리한게 계속해서 뱅뱅 돌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거실로 뛰쳐나갔다. 갑자기 호흡은 미친 듯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렀고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불안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메쓰꺼웠던 느낌은 비현실감이었다. 갑자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낯선 느낌. 알고 보니 내가 겪었던 건 공황발작이었다. 그 날 하루의 해프닝이었으면 좋았을련만 공황발작은 2주 동안 이따금씩 일어났다. 공황발작이 자주, 오래 지속되면 공황장애로 판정이 된다.
나의 공황발작의 패턴은, 처음 느꼈을 때 너무나 불쾌했던 비현실감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한다. 그럼 내 안에서 수 만 가지 질문들이 튀어나온다. 예를 들어, 내가 느꼈던 감정은 뭐지? 내가 내가 맞는 것인가? 어떤 의지로 사고를 하고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거지? 하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되새긴다. 그럼 '아니 내가 미쳐가는 건가?' 비약적인 의심의 결론을 도출해낸다. 이렇게 불안의 마음은 엉키고 엉켜 큰 두려움 만들어져 다시 공황 발작은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잠을 자던 도중에 이런 일이 생겼기에, 트라우마인지 한 동안 내 방에서 다시 잘 수 없었고 그때 깼던 시간대에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1-2주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도 잘 먹지도 못했다. 하지만 공황장애 완치에는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 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길래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운동을 시작했고 한 달 동안 쪘던 7-8kg은 다 뺐다. 살을 빼고 나서 알았다. 그때 본 건 헛 것이나 귀신이 아니라, 살이 단 기간에 많이 찌다 보니 혈액순환은 안 되고 비교적 높은 베개에 뒷 목을 눌려 비문같은 이물질이 보였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5월 한 달 내내, 잠에서 깨면 온 몸이 저리고 뒷 목이 뻐근한 채로 일어났었다. 나는 멘탈은 강할지라도 겁이 무지 많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잘 놀래고 공포영화나 잔인한 것을 못 본다. 마지막으로 본 공포영화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장면을 생각할 때면 몸서리가 처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완전히 괜찮아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첫 공황발작이 오면서 쿵 하듯 떨어진 놀란 마음과 두려움이 내 마음 밑바닥에 있는 꾹꾹 눌러 놓았던 불안이 샘솟듯 터져 나왔다. 주워 담으려고 해도
양이 너무 비대해 쉽지 않다. 이따금씩 내가 낯선 느낌과 불안은 여전하고 공황발작으로 얻은 불면증으로 고통의 뫼비우스 띠 속에 살고 있다.
10월 초면 독일을 다시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글을 마무리 짓고 가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다. 2-3년 전부터 쓰고 싶은 글이 있었다. 실은 한국에 있는 동안 그 글들을 꾸준히 연재하고 싶어서 플랫폼을 찾다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다이어트 에세이였다. 스무 살 초반 마음이 힘들었을 때 2년 동안 서서히 20kg 가까이 찐 적이 있었다. 힘들고 우울한 당시에는 살찐 상태를 자각을 못했다가 2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아챘다. 내면이 그토록 힘들 때는 외면이 어떤 모습인지 인식도 못 하고 바뀌어져 가는 외부 모습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며 나의 몸과 마음을 한 달 동안 바라보는 관찰 기록기를 쓰고 싶었다. 그 당시의 원고의 가제는 '당신은 왜 다이어트를 하시나요?'였다. 하지만 한 달 동안 기록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의 요상한 상관관계와 서로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음의 평온한 상태가 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꾼 제목이 '몸과 마음의 간격'이다. 그러나 공황발작을 겪고 불면증과 불안 속에 살아 보니 나의 신체(보여지는 것, 외부 모습)과 마음(파도처럼 요동치는 표면의 감정)을 넘어 그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바꾼 제목은 '몸과 마음, 그 너머' 이다.
참 사람은 웃기다. 모두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그 사람들이 겪은 일들을 겪지 않는 한. 공황장애나 불안, 불면증 이런 건 나약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라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했다. 불안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삶을 살아오다가 크고 작은 불안이 더욱이 잠잠해지기도 하는 반면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하고 자신의 조절 능력치를 넘어 자신을 괴롭히고 병들게 만들 수도 있다. 내가 현재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괴롭고 아파도, 한편으로는 내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나도 이겨내는 과정에서 혹여나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본다. 단순히 다이어트 에세이였던 가벼운 글에서 나의 불안을 바라보고 기록하고 성찰하면서 '몸과 마음, 그 너머'에 이르렀다. 앞으로 여기서 그동안의 기록과 이겨내려고 했던 과정들, 현재의 마음들을 아낌없이 나누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평온하고 행복 안에 존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