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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Nov 11. 2020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이 알게 되는 건 그 어느 것 하나도 무어라고 딱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다운 거라고 믿어왔던 것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과거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며 미래의 방향은 조금씩 뒤틀린다. 내가 꼭 가져야만 행복할 것 같았던 것들을 쫒아도 결국은 가질 수 없었고 내가 쏜 화살의 방향은 조금씩 조금씩 빗겨나가 다른 곳에 꽂혔다. 나는 내내 괴로워하다 이내 받아들인다. 되어질 일은 되고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곰곰이 지난날을 뒤돌아본다. 2015년 독일에 와 어학원-화실-집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그림을 쏟아내고 간절한 마음으로 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나날들을. 나는 간절히 쉬고 싶었고 불확실성의 선상에 탈출하고 싶었다. 학교만 가면 모든 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학교에 온 지 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갈망의 뒤편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묻는다. 그때 원했던 자유는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였을까? 왜 지금은 다시 자유롭지 아니한지. 무언가를 쫒아 목적지에 다다르면 나는 다시금 허덕이기 시작한다. 채워지지 않는 잔을 마음에 품고 역설의 굴레에서 삶을 되풀이할 뿐이다. 


 한 때 그렸던 베를린의 건물들, 입시를 준비하며

화실 가던 길 골목  2015년 12월  @findhyo
아는 분께 식사초대를 받아 들어간 집 안에서의 바깥 풍경  2015년 12월 @findhyo
계단을 내려가며 2015  @findhyo
계단을 올라가며 2016  @findhyo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언젠가 끝이 날 비자 날짜에 불안해 자유롭지 못했고, 학교에 들어와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자유롭지 못했다. 매 시기마다 다른 주제로 -하지만 자유로워지기위해- 나는 끊임없이 달려갔다. 달리는 동안에도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좌절감에 힘들어했다. 이렇게 마음은 변하고 또 변해 늘 괴로웠다. 늘 괴로워하다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혹은 원했던 것이 아닐지라도 그건 내 삶에서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나는 의식적으로 되고 싶다는, 얻고 싶다는 미래의 마음을 서서히 거두기로 한다. 화살의 표적지가 아닌, 설령 목표지점을 비껴 나간다 하더라도 나는 화살 자체 현재의 마음에 머무르길 다짐한다. 이렇게 욕망은 점점 작아지고 나는 내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 



 

 온라인 학교 수업이 끝나고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생각했다. 

내 삶에서 거쳐갔던 혹은 여전히 지금도 머무르고 있는 관계들을. 시간이 지나고 한 때 애정했던 친구들도 마음이 흩어져 사라지고 그와 반대로 무심했던 친구에게 문득 관심과 애정이 자라나기도 했다. 위안을 얻던 사이에서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관계가 되버리기도, 아무런 할 말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다. 글을 쓰다 보니 처음 의도와는 다른 글이 나왔다. 아, 끊임없이 변하는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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