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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Dec 06. 2020

이사가 끝이 났다.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약 한 달 반에 걸친,

11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매일 켜던 노트북도 2주 만에 다시 켰다. 

새 집 계약은 10월 중순에 했고 옛날 집의 계약 해지기간은 12월이었다. 독일에서는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를 나가게 될 경우 최소 3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미리 고지를 해야 한다. 미리 고지한 뒤 11월 말에 이사를 나가겠다고 했다. 이사 가는 새 집엔 전등도 부엌도 (당연히) 가구도 없어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은 짐을 옮기기에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두 세 달의 자유로운 시간이 있었어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고 역설적으로 아주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정해진 기간이 있기 때문에 해낸 것 같다. 

 10월에는 전등을 샀고 부엌을 시켰다. 11월에는 왕복 3시간 이케아를 제 집 마냥 넘나 들며 필요한 물건을 샀다. 일주일에 세 번 일을 하고 나머지 이틀은 학교 수업이 있어서 시간이 생길 때마다 옛날 집과 새 집, 이케아를 옮겨 다니고 가구 조립을 하며 이사를 했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말일에는 여전히 많은 짐들이 옛날 집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 옮겨도 옮겨도 짐은 그대로일까. 박스마다 주방용, 화장실용, 작업실용 등으로 분류해서 옮겼지만 참 신기한 게, 끝끝내 카테고리화 되어지지 않는 물건들이 있다. 아님 분류를 마치고 뒤늦게서야 나온 속해 지지 못한 물건들이라던지. 그렇게 꺼내 놓으면 놓을수록 바닥은 혼란으로 뒤엉켰다. 말일이 다가올수록 시간에 급급해 불안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뒤엉킨 혼란을 가방 안에 마구 욱여넣었다.  12월 2일 드디어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고 옛날 집에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대부분 이사 나가기 전에 벽에 흰색 페인트칠을 하고 나가야 한다.) 오전 11시에 도착해 시작한 페인트칠과 마무리 청소는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동안의 쌓여있던 피곤과 안도감에 벽에 기대어 앉아 숨을 내쉬어 본다. 조금 쉬고는 아야야 소리를 내며 아픈 허리를 일으켜 일어난다. 새로운 세입자를 위한 집 사진을 찍고 집 안을 한번 쭉 돌아보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정리가 끝이 났다. 학교로 인해 처음 온 도시, 첫 집에서의 기억과 감정들이 한데 엉켜 덩어리째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한번 더 집 안을 돌아보고는 집 밖을 나섰다. 저녁 10시 10분, 깜깜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린다. 1분 뒤에 온다는 지하철은 캔슬되고 다음 지하철은 15분이 늦어진다는 방송이 나왔다. 마지막이라 보내기 아쉬운 마음인가 라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많은 짐을 옮겼는데도 마지막으로 챙긴 짐은 여전히 거대하다. 

 무거운 짐을 끌고 새 집으로 들어왔다. 이미 이틀은 여기에서 자고 일을 나갔지만 정식으로 옛날 집을 정리하고 정식으로 새 집으로 들어왔다. 복도에 쌓인 박스와 짐들을 다리로 밀며 길을 만든다. 샤워를 대강 하고 임시 매트리스에 황급히 몸을 누인다. 피곤과 후련한 마음이 섞인다. 

 아_이사라는 건 내가 몸 담았던 시간과 공간을 옮겨 하나의 단락을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내 삶의 한 단락에 마침표를 찍고. 다시금,



2020년 12월 2일. 바닥에 비닐을 깔고 테이프로 고정해서 하루 종일 구석구석 페인트칠을 


마지막으로 옛날 집을 나서기 전에, 그동안 고마웠어


이렇게 틈틈이 거의 매일매일 개미처럼 짐을 옮겼더란다. 정말 끝나서 다행


Offenbach Ost 지하철역. 이제 올 일이 없겠구나. 안녕! 안녕!



어느덧 12월 6일, 옛날 집에서 이사 온 지 4일이 지났다. 

여전히 끊임없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짐은 자신이 속한 곳으로 정리가 되었고 마지막의 카테고리화 되지 않은 짐들이 바닥에 늘어져 있다. 오늘까지 웬만한 짐 정리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아! 그래도 멀고 먼 험난한 이사 여정이 끝이 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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