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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Dec 12. 2020

조각 조각의 짧은 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메모를 한데 모아.

2018년 12월 20일 오후 4시 49분

집은 다시 흐트러지고 치우려면 또 다시 두 세시간이 걸리겠지.

나는 책상에 앉아 지금 창문으로 보고 있다. 내 눈 앞의 낮의 흔적들을 짙은 파란색 어둠들이 삼켜나가는 모습을. 오래된 집이라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은 코 끝을 시리게 한다. 그래도 오늘은 마냥 좋다.



2019년 4월 2일

나는 차가운 공기가 방 안에 맴도는 것을 좋아한다.

노트북 타자기에 맞닿은 손가락 끝은 차가워지고 들고 내쉬는 숨 속에는 청량함이.

작업실의 창문을 열어두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 집 이웃이 블라인드를 올리는 소리가 난다.

이내 창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둔탁한 이불을 턴다.

이불을 털 때마다 갓 세탁기에서 나온 것 같은 세제향이 내 코에 맴돈다.

그냥 기분이 좋아져서 쓰는 글.


2019년 5월 13일

너도 나도 몸에 좋다고 하니 나도 한번 뛰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난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 

난 뛰는 걸 싫어하니까.

마음의 평온이 깨질 때가 종종 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겼을 때.

가령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는데 전혀 생각 못 했던 질문을 받는다던가, 

알바를 했었을 때 배달포장은 밀려있고 배달하시는 분들이 일렬로 서서 기다릴 때. 

손님이 뭘 주문했는 지 까먹었을 때. 그럴 때 내 심장은 가파르게 뛰기 시작한다. 

말은 빨라지고 얼굴도 빨개진다.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런 기분과 감정들이 싫다.

내 마음의 평온이 깨지는 게 너무나도 싫다. 

뛸 때의 그런 가파른 호흡은 그런 감정을 연상시킨다. 헉헉 대는 게 너무 싫다. 

헉헉거리며 살고 싶지 않다.


2019년 5월 21일 19시 42분

갑자기 나타난 반짝거림보다는 쌓이는 시간들의 힘을 나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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