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효신 Jan 07. 2021

내 삶 안의 시스템

새해를 맞았다.

한 해가 바뀌고 한 살을 더 먹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잔잔하게 2021년을 맞이했다. 

예전에는 새해, 새 날을 맞이하기 전에 참 설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날과 새로운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하지만 설레는 마음에는 기대감이 자란다. 그 기대감에 충족을 못 시키거나(금방 원래의 습관으로 되돌아가거나)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면 실망하고 속상해한다. 적어도 난 그랬던 것 같다. 신나는 마음으로 새해 다이어리와 달력을 사고 꾸역꾸역 넘치도록 버킷리스트와 목표들을 작성하고 새해 땡 되자마자 의욕 넘치게 하루하루를 달리다가 일주일이 지나고는 푹 쓰러진다. 몇 번 다시 달리다 지쳐서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그렇게 버킷리스트의 삶과는 점점 멀어진다.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던 것일까 아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이제서야 깨달은 건 그때의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들을 읽고 좋아 보이는 삶, 그들이 말하는 성공이라고 말하는 삶에 가까워지려고 했다. 또한 얼른 경제적인 여유를 얻어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불안정함을 너무나도 끝내고 싶었는데 그렇다면 이 길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나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마음은 하루하루를 불행하게 했다. 내가 보내는 모든 하루하루가 불행했다면 결국 난 불행한 사람일테지. 

 작년 10월 독일에 다시 돌아와 미래에 놓여있었던 마음을 계속 현재에 끌어다 놓으려 노력했다. 비교적 불안한 날들보다 평온한 날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여전히 순간순간 힘든 마음이 푹하고 올라오기도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고 나는 수십 개의 희망가득한 버킷리스트보다는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들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그건 바로 내 삶 안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산책하다 마주한 파릇파릇한 풀


이번 한 해의 목표는 너무도 단순하다. 

해야 할 일은 학생으로서 수업을 잘 이수하고(그것마저 쉽지 않지만) vordiplom 시험 자격요건을 맞추는 것.

원하는 것은 모닝 루틴 만들기, 영상 찍고 편집해보기(새로운 매체 도전!), 만든 캐릭터를 특허 등록하고 디자인 문구 상점을 조금이나마 시작해보는 것, 책 1권 출판하기이다.(이건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넣어보았다) 


모닝 루틴 만들기  일어나겠다고 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주 3일 일을 갈 때는 나가기 전에 겨우 일어나 허둥지둥 나가고 나머지 날은 전 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작업에 새벽에 잠들어 오전에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하루가 꼭 내가 계획했던 것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몇 시에 일어나겠다고 정해두면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나의 주도하에 아침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7시가 딱 좋을 것 같다.  


사진 열심히 찍기, 영상을 만들어보기 일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나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리고 기계에는 서툴러서 해 볼 생각도 못 했었다. 카메라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편집 프로그램이라던지 애니메이션이라던지. 내가 지금까지 했던 것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에만 머무르려고 하는 나를 보았다. 다양한 매체를 배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보다 더 많아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이라 물론 어설프고 어색할지라도 일단은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익숙해지도록 꾸준히 연습하기로. 잘하는 건 좀 나중 일이니 조바심 내지 않기.

  

 내 다짐을 계속 계속 미룰까 봐 바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집에서 잔잔히 2021년 새해맞이 겸 일정을 정리하고 친구한테 엽서를 쓰고 낙서를 하는 소소한 영상을 찍고 편집했다. 처음이라 편집도 오래 걸렸고 어설프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었을 테니 마음은 내려놓고 꾸준히만 해보는 걸로 마음을 내본다. 

 

유튜버가 될 생각은 없지만 꽉 찬 용량 탓에 업로드를 하고 파일을 지운 후에야 다른 영상들을 만들 수 있어 편집한 영상을 업로드했다.(재미는 없다) 앞으로 이것저것 영상 찍어보고 연습 영상들을 모아놓아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NiaxIVkb4oA&t=557s


아무쪼록 모두가 평안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2021년이 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조각 조각의 짧은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