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량하고 아름다운 시간에 대해
3월 28일을 기점으로 써머타임이 시작되었다.
어둑어둑 짙은 밤의 그림자가 걷히고 빛만이 가득한 시간이 왔다.
2015년 3월 20일, 독일에 처음 온 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이 밝아지는 하루에 사뭇 놀랐던 기억이 난다. 초반에는 저녁시간에도 해가 지지 않는 눈치 없는 환한 빛에 취한 듯 멍하니 피곤해했다. 하지만 독일의 우울하고 시린 겨울을 몇 해 겪고 나니 그 누구보다도 써머타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써머타임 시작을 알리고 바로 그다음 날부터 갑자기 마법처럼, 오후 6시면 빛을 잃었던 하늘은 새파랑을 뿜어내고 있었다 .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작업을 하며, 저물지 않는 하루에 행복해하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살랑이는 바람과 빛에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지난날의 여름이 흘렀다. 베를린에서 전시를 마치고 환하고 늦은 저녁에 맥주를 홀짝이던, 아침 일찍 학교 작업실에 도착해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소파에 누워 노래를 흥얼거렸던, 일련의 기억들이 흐르고 또 흘렀다.
써머타임은 마치 꿈같다.
하루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히,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영원의 낮에 나는 서있다.
짧은 밤은 흔적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고 그 자리에는 빛만이 가득하다.
영원에 갇힌 요술 같은 시간, 써머타임. 그 청량하고 아름다운 시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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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느릿 느릿 동네 산책을 하다 마주친 분수대.
주머니 속 꾸깃 꾸깃한 회색의 영수증 같은 날씨였지만 다시 물을 뿜어내는 분수를 보고 설레었다.
'아_ 정말 길고 긴 겨울이 끝이 났구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만큼 오래, 아주 오래 빛을 드리울 시간이 왔구나.'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