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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Apr 10. 2021

사소한 순간들

툴툴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다. 

한 달에 두세 번 남짓 긴 글을 써내려간다. 나는 내가 어떠할 때 글을 쓰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건 바로 알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


 일상에서 이따금씩 계속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과 중복되는 감정이 있다.

마치 요요처럼, 끝끝내 다시 또 돌아오는 어떠한 마음의 근원을 찾고 싶어서 나는, 글을 쓴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 그 과거가 지금까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 

좋았던 순간, 그렇지 않았던 시간. 

반성의 마음,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           

나는 마음 덩어리가 뭉치고 뭉쳐 켁켁 사레가 들려서야 글을 쓴다.

무형의 생각을 꼭꼭 씹고 씹어 유형의 문장과 일치가 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시간도 나에게는 글을 쓰는 시간이다. 그렇게 얽히고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쓴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자주 툴툴거림을 기록한다. 오늘도 어제의 툴툴거림을 이야기하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어제는 알람 없이 일찍 눈이 떠졌다. 실은 그렇게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쨍하고 비치는 햇살에 머리가 아파 찡얼거리고 이내 다시 뒹굴거렸다. 

아 인생이 뭐가 이렇게 지루하지 툴툴거리다 핸드폰을 하다 다시 조금 잠들고 일어나서야 겨우 침대 밖을 벗어날 수 있었다. 느지막이 하루가 시작되었는데 정작 나는 멍하니 맥없이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아, 재미없어' 혼자 몇 번을 읊조리다가 그래도 힘을 내보려고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였다. 오늘은 물을 끓이는 짧은 시간마저도 지루하다. 나는 작은 거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오가다 우연히 우리 집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았다.  쌀쌀해 보이는 차가운 하늘 아래 햇살이 내리쬐는데 작은 발코니에서 노부부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담요를 덮고 두 분이서 노닥노닥 대화를 나누는 그 모습이 순간 왜 이리 따뜻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흩날리는 꽃잎, 반짝이는 햇살 그 무엇보다도 더 봄 같은 장면이었다.      


그렇게 내 안의 사소한 짜증과 권태가 미세히 소멸하는 듯했다. 


건너편 노부부의 티타임 @shinibu_
2021.04.09.



 

다음 주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초반에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다가 상황 봐서는 오프라인으로 전환한다는데 이번에도 그냥 내내 온라인 수업이 될 것 같다. 이번 학기에는 그동안 내내 피해왔던 논문을 써야 하고 이것저것 들어야 할게 꽤나 있어서 주 3일 회사, 그리고 나름 혼자 진행해 보고 있는 프로젝트를 병행하려면 무지무지 바쁠 예정이다. 요즘의 툴툴거림을 해소하고 바쁨을 맞이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될런지 모르겠다. 내 툴툴의 주요 요소는 이러하다. 그림을 그리고 작업하는 건 열 몇시간이고 할 수 있는데 체력관리가 영 안 된다. 몸이 너무 무거워 버벅이는 움직임에 예민해지고 화가 자주 나서 살을 빼야 함에도 습習은 그대로 굴러간다. 늘 일주일은 바짝 하다 풀어지는 내 모습에 왜 이리 속상한지. 그 와중에 내가 사랑하는 수영을 너무 하고 싶다. 어제도 잔잔한 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는 모습을 그리며 잠에 들었다. 계속되는 락다운 연장에 몰려오는 우울함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락다운 풀려도 무서워서 수영장은 못 갈 테지만. 

 그냥 내 삶이 아주 잠깐잠깐 우울하고 속상해도 대부분은 生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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