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효신 Apr 15. 2021

베를린의 밤은 유달리 파랬다.

파란색 밤


2년 반 살았던 베를린 쉐어하우스, 내 방의 건너편 건물



 예전 베를린 시절 사진들을 문득 오랜만에 꺼냈다. 

한 시절에 들었던 노래나 어떤 사람의 향수는 자신도 모르게 자욱을 깊게 남긴다. 그렇듯 나에게 베를린의 밤은 파랑으로 남아있다.

 매일 해가 지고 나서야 화실 밖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던 밤이 그랬고, 장거리 연애로 한 달에 한 번씩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마다 오래오래 산책을 걸었던 수많은 밤들이 그랬다. 

파란 밤의 나날들엔 꼭 살랑이는 바람도 곁에 있었다. 베를린에서는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는데, 나는 종종 내 방에서 창문을 열고 창가에 걸터앉아 혹여 들릴까 조용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이날의 밤도 잔잔한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살랑이고 코끝이 간질거렸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수많은 밤이 스쳐 지나갔고, 베를린의 밤은 유달리 파랬다.      

 꺼낸 옛날 사진들을 보다 생각에 잠겼다. 열어둔 창가에서는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옛 베를린의 밤들은 흐르고, 살랑이는 바람에 한 호흡 호흡마다 파랑이 짙게 묻어 나오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 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