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첫사랑의 의미는 알 것 같은 요즘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처음이라는 순간은 몸 안에 깊숙히 새겨진다. 그러다 문득 순간순간마다 애뜻하게 다시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해도 그 날의 아름다움은 먼 훗날 그 날을 그릴 때 더욱이 반짝일 것이다. 모든 게 미숙하고 어설픈 생애 첫 순간에 온전한 아름다움을 알아채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따라 더욱이 처음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써머타임의 저물지 않는 하루의 하늘을 보며 베를린에서 처음 맞이했던 환한 여름이 끊임없이 되감기된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안고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밖을 걷고 걷다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약간의 알딸딸함과 함께 나는 혼자 계속해서 걷고 걷다가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집에 가는 동안 아주 짧은 밤은 지나갔고 새벽 4시부터 환해지는 하늘을 보며 허탈한 마음 위에 묘한 아름다움이 얹혀 싱숭생숭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따금씩 밝은 새벽을 바라보면 그 날이 스친다. 그날은 외롭고 힘든 날이었는데 왜 지금에서야 빛나는지. 환한 저녁 밤 산책을 할 때도 수천번 걸었던 집 근처 베를린에서의 공원이 생각난다. 첫 독일에서의 생활을 베를린에서 2년 반을 보내고 지금 이 곳에서 3년이 지나고 있지만, 베를린은 희미하고도 또렷한 영상으로 계속해서 재상영이 된다. 그렇게 그 시절과 지금의 두 공간은 포개졌다가 그 순간은 아련함을 남기고 다시 이내 사라진다.
사람들은 평생토록 각자의 처음의 순간들을 품고 산다.
처음이라는 의미는 지금과 앞으로의 수많은 나날들이 중첩되어 사라지지 않는 아련한 영원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