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다닥 통증 내 안의 두려움 알아차리기
아직도 나만 아는 통증이 발에 남아 있다. 발등 골절 이후로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 특히 발을 굽히는 동작이 여전히 두렵다. 어쩌면 회복이 더딘 건, 아픈 곳을 피하려는 내 몸의 방어 반응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겁도 넘어야 하기에, 폭우 뒤 일요일 숲으로.
대전 계족산 황톳길이 맨발 걷기에 좋다고 들어 간만에 새벽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전날 밤까지 쏟아진 폭우 탓에 황톳길은 제법 미끄러웠지만, 발바닥에 닿는 촉감만큼은 상쾌했다. 꾸덕한 황토 위를 맨발로 걸으며 발바닥을 꾹꾹 눌러보았다. 오랜만에 발바닥 전체를 마음껏 구부려보는 기분이 푹신하게 감싸줘 안전하게 느껴졌다.
두 시간 넘게 맨발로 황톳길을 올라 걱정은 되었지만 나름 목표지점까지 완주 했다. 내려올 때는 운동화를 신고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랬듯, 오를 때는 길이 낯설고 어렵지만 돌아오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회복도, 인생도 그럴까.
지친 몸은 계룡 스파텔 온천에서 풀었다. 저렴한 가격에 깨끗한 시설, 따뜻한 물까지. 몸과 마음이 다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왜 리뷰가 좋았는지 단번에 알겠더라.
대전역 근처 중앙시장에서 도가니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대전역 성심당에서 건강한 통밀빵 몇개만 구입했다. 건강 챙기러 왔는데 빵은 자중해야지. 알찬 주말 꽉 찬 일요일 이었다
무언가를 회복한다는 건 단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써보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발을, 마음을, 삶을 다시 써보는 것.
이번 주말, 나는 숲에서 아주 작은 첫걸음을 떼었다. 내 몸도, 나도,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