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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퇴사, 첫 집단 상담 수련의 기록

다시 사람 속으로

by 조용한성장

퇴사 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된 여정

폭염이 시작된 7월 7일, 남양주 깊은 곳,버스에서 내려 30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5박 6일간의 집단상담 전문지도자 수련장이었다. 상담심리 전공을 함께한 동기 선생님의 추천으로 신청하게 된 이 프로그램은, 퇴사 후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다독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막연히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끌림이 맞닿은 결과였다.

이러한 숲길이 곳곳에


아침 7시에 시작해 밤 9시 반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그 하루하루는 단순히 교육이 아니라, 매 순간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일이, 내 감정을 꺼내는 일이, 누군가 앞에서 솔직해지는 일이.하지만 이 과정은 철저히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상담을 업으로 살아가시는 분들,

사람을 향한 예의와 솔직함의 선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나는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상담기법이 아니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며 존중하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로 연결을 시작하는지를 배웠다.


힘든 마음을 조심스레 꺼냈을 때,

그저 듣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눈빛이 있었다.

나눈 말들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조심스레 안아주는 말들이었다.

상담이 끝나면 다가와 옆에 있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현장의 사례를 나누며 공부의 시간을 갖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네잎 클로버를 생각하고 있어야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다는 명상


그리고 그런 따뜻함은 일상 속에서도 이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먼 길을 걸어온 내게,

“집엔 어떻게 돌아가세요?”

“제 차로 함께 가실래요?

불편하시면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 주세요.”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상황을 물어봐 주었다.


처음 올 때는 길을 몰라 낯설고 지친 상태로 도착했지만,

돌아갈 때는 도움을 받아 누군가의 차를 타고 편안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나는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

내 선을 넘지 말아달라며 벽을 쌓고, 다가오는 이들을 경계하며 지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의 선을 억지로 넘지 않았다. 다만 조심스럽게, 다가올지 말지는 내게 선택권을 주고, 기다려주고, 필요한 순간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래서 나도 다짐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유연하게, 가볍게,

도움을 받으며, 웃으며 내 길을 가야지.

혼자서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서로 기대며 가는 길이 더 따뜻하다는 걸, 조심스레 나도 손을 뻗으며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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