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때 업무 분장의 중요성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업무 분장이다.
전 직장에서 나는 이 단순해 보이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계가 흐릿한 업무 구조 속에서 동료가 나의 역할을 침범했고, 그로 인해 관계가 틀어졌고 결국 깊은 번아웃까지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데이터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고, 사람 사이를 지켜주는 것은 역할의 선명함 이니까. 이번 팀플에서도 그런 흐릿함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 시작하기전 업무 배분 방식을 제안했고 내가 제안한 방식으로 업무 분장이 정해졌다.
결과만 보자면 업무 분장은 완벽하게 실행되진 않았지만, 분명 내가 잘했던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글은 데이터분석을 자신있게 하지 못하는 데이터분석 초보 4인의 데이터톤 발표 작업을 돌아보며 남기는 작은 회고록이다.
프로젝트 주제는 2017~2021년 IT 업계 종사자들의 정신건강 데이터에서 인사이트 찾기였다. 이 주제는 상담심리 전공을 하며 내가 썼던 논문 주제와도 유사한 것이었기 때문에 초반 가설과 발표 흐름만 잡으면 쉽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업무 분장을 제안했다. 발표 흐름도 구성-가설 설정-데이터 전처리 및 병합-분석(상관관계·모델링 등)-PPT 제작 및 발표물론 데이터 분석하는 과정과 ppt제작에 시간이 더 들어갈 수 있기에 추가적으로 인원이 더 붙어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팀원들이 제안한 업무 분장도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제안한 업무 분장으로 결정 되었고 첫날 가설설정과 발표 구성흐름을 제안했고 그렇게 첫날 우리의 작업은 끝이났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년도 별로 같은 뜻의 문항들이 유사한 문장을 표현되어 있어 이를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고 느낀적이 있나요'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 누군가에게 말해본적 있나요' 이런식의 문장들이 5,6가지 톤으로 질문하고 있었고 이를 '정신건강 발생 유무' 식으로 통일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병합 후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None 값과 오류들이 계속 떠서 전처리를 이틀째 밤까지 하게 되었다. 이때 나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사실 하나를 다시 배웠다.
데이터 분석은 결국 ‘사람이 이해해야 하는 일’이다.
AI가 도와줄 수 있지만, 처음 구조를 파악하고 무엇이 이상한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데이터 분석에서 전처리가 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이번에 제대로 몸으로 느꼈다.
전처리가 길어지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분석 방향을 논의할 시간도 부족해졌고, 팀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속성을 중심으로 볼지”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내일이 발표날인데 발표 자료는 한 장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속은 타들어갔다. 그래도 일단 나는 발표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PPT 초안을 먼저 작성해 팀원들과 공유했다.
“속성 분석과 모델 결과가 나오면 즉시 반영할 수 있으니, 분석할 항목을 빨리 합의하자”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처리 때문에 논의할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이런 상황에서 한 팀원이 먼저 PPT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직 분석도, 결론도 없는 상태였는데 이미 발표용 문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고마웠다. 잘못된 방향이어도 뭔가 만들어 지고 있으니 수정이 가능해 보였다. 작업한 방향으로 초기 내가 만들었던 발표 흐름으로 조금씩 수정을 시장했다. .
가설과 연결된 페이지를 보완해서 작업했고 누락된 내용을 채워넣었다. 결론과 핵심인사이트가 없어서 작업해서 넣었으며 전체 흐름을 재정리했다. 결국 마지막 날, 빠진 부분을 모두 찾아내고 발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문서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 건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은 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눈에 띄에 뭔가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나 자신에게 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가설과 흐름도를 제일 먼저 만들며 팀의 시작점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PPT의 누락된 부분 및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채우는 작업이 중요했다.
역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내가해야 할 점을 찾아서 완수했다는 점
이 세 가지는 앞으로의 협업에서도 분명 나를 돋보이게 해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전처리가 지연될 것을 무한 기다리고 있었던 점, 분석 담당과 문서 제작 담당을 초기부터 더 세게 분리하지 못한 점이다. 하지만 이 경험 덕분에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기준도 생겼다.
역할 분장에 대해 분명히 한 후 시간에 대한 리마인드를 계속 할 것. 대시 보드 형태나 메신저로 시간 개념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함.
자신이 한 일이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기록'을 잘 남길 것. 늘 느끼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록 공유가 정말 중요하다. '기록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 놓고 시작할 것
데이터 분석 초보 4명이 모였던 팀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오히려 협업의 본질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이 단순한 사실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더 또렷하게 떠올랐다. 역할의 경계는 서로의 감정을 지켜주고,
흐름을 만드는 사람은 팀 전체를 지켜준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업무 분장은 명확할수록 좋지만, 업무 분장이 흐려질 때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결국 ‘기록’이라는 것.
기록은 오해를 줄이고, 기준을 세우고, 방향을 정리하며 팀을 한곳으로 묶어준다. 정확한 기록 시스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공유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리마인드하는 구조는 팀의 능률을 가장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도구다. 짧지만 의미 있었던 데이터톤 팀플.
이번 기록이 무직의 시간을 지나 다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나에게도 명확한 역할·정확한 기록·꾸준한 공유가 좋은 협업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