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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 후 첫 10km 마라톤 도전기

회복을 확인하던 날

by 조용한성장


1. 다시 움직이기로 결심한 날

6개월 전, 부러진 다리는 나의 일상과 자신감을 함께 무너뜨렸다. 안그래도 힘들었던 시기, 걷지 못하는 불편함, 안해본 깁스, 두려움으로 모든 계획이 멈춰 있던 시기.
깁스를 풀고 재활을 하며 조심스러운 일상을 성실히 보냈지만 불안함 속에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나는 정말 괜찮아진 걸까?”
6개월이 지난 후 확인의 필요성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확인하는 사람’이 되기로.


2. 회복을 확인하고 싶어 마라톤에 도전하다

10km 마라톤 접수 버튼을 누른 것은 작은 클릭이 아니었다. 그건 나 자신에게 “이제 직접 확인하자”라는 선언이었다. 헬스선생님도 깁스를 풀고 안해본 마라톤까지 성공한다면 강철 다리가 되어있을거라는 농담 섞인 말을 던졌을 때, 아마 그때 무의식적으로 다짐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출발선에 서는 순간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 아직 무리인 건 아닐까?'
그럼에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확인하지 않으면, 나는 계속 불안 속에 머물 것 같았기 때문이다.


3. 천천히, 멈추지만 말자.

출발과 동시에 다리에는 묵직한 감각이 스며들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증거였지만, 그 증거가 나를 후퇴시키지는 못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대신 멈추지만 말자. 걷지만 말자”

호흡은 거칠고, 발은 무거웠지만 내 속에서 또 다른 속도가 생겨났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나의 페이스로 뛰는 속도.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회복 속도였다.


4. 불편함과 함께 가자는 마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내 몸을 너무 밀어붙이기만 했고, 때로는 마음을 무시한 채 성과만 쫓아왔다. 그러나 회복의 길에서는 ‘함께 가자’는 말이 필요했다. 몸과 마음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내 편으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함도, 가빠지는 호흡도, 그냥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함께 가자.


5. 도착선에서 마주한 감정

1시간 17분. 마침내 10km를 완주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기쁨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 안도감이었다.

“괜찮구나. 이젠 다 할 수 있겠다.”
확신이 심장 깊숙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이 완주는 기록을 위한 도전이 아니었다.

두려움과 불안에 머물던 나를 다시 전진시키는 회복의 증명이었다.


6. 회복의 진짜 이름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찾아오는 소식이 아니다. 회복은 직접 움직여 보고, 확인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통과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오늘의 10km는 내가 회복을 ‘기다리던 사람’에서 회복을 ‘직접 확인하는 사람’으로 바뀐 무엇보다 의미있는 첫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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