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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대학원에서 배운 것

석사졸업 후 복직한 일상 일지

by 조용한성장

심리상담대학원에서 배운 것들


#1. 적응은 결국 익숙함이 된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난 뒤, 새로운 부서로 복직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걱정이 크지 않았다.

"일단 가보고, 아니면 퇴사하자."

마음을 그렇게 정해버리니 오히려 편안했다.

석 달이 흘렀다. 처음엔 '내가 이걸 우째 해...' 싶었던 일들이 하나둘 익숙해졌다. 손도 대지 않았던 엑셀, 수백 명의 교육 이수 결과를 누적 관리하는 일,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내가 하나하나 해내고 있었다.

"논문도 썼는데, 이것도 하다 보면 하게 돼 있다."

심리학을 배우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경험이 결국 나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결국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라는 것. 그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처음 해보는 일에 쉽게 주눅 들지 않게 되었다.

#2. 나의 감정을 알고, 필요를 말할 것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선배, 너무 힘들어요. 동료들이 도와주질 않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급 권한이 없어서 주변에서 협업을 잘 안 해주는 게 문제였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저 공감하고 위로하는 걸로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말했다.

"이제 승진 연차잖아. 팀장님께 승진 시기라고 말씀드리고, 성과를 내겠다고 해."

어쩌면 후배는 그런 말을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필요한 것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나도 예전에는 내 불편한 감정을 누르고 참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는, 그만큼 내게 필요한 것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신호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필요한 것을 더 잘 표현하려고 한다.

성과를 내든 그렇지 않든, "나는 이런 게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말해야 바뀌고,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법

한 동료가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나를 다그쳤다.

직급은 위지만, 담당하는 업무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이 잘못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면 물어보면 될 일을, 그저 나를 몰아세우는 데에만 집중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화를 내며 따졌을 것이다. "이걸 다 같이 결정한 거잖아요. 회의도 몇 번이나 했는데, 교육 당일에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강의는 오늘 것만 하시면 되고, 다음부터는 당일에 이렇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간결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속은 천불이 났다. 하지만 함께 흥분하면 해결될 일이 없다는 걸 안다.

퇴근길에 그 동료가 어색하게 먼저 말을 걸었다. "강의 잘 끝났습니다..." 원래라면 대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짧게라도 답했다. "네, 고생하셨어요."

돌아보면, 같이 화내지 않길 잘했다.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컨트롤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4. 조금씩, 알게 모르게 달라지는 것들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정확히 무엇을 배웠는지 하나하나 떠올리긴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예전 같았으면 나를 괴롭혔을 많은 일들이 이제는 스펀지처럼 흡수되었다가 잘 털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감정을 억누르며 참고 사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 기분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흥분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밤에 누워서 쓸데없이 발차기하며 후회하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내 감정이 격해질 때도, 순간적으로 가라앉히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나아지고 있다.

심리상담대학원에서 배운 것들은 내 안에서 이렇게 알게 모르게, 조용히 스며들어 변화하고 있다.


#5.뭐든 일단 시작하고, 조금씩 하다 보면 된다.그렇게 습관이 되더라.

KakaoTalk_20250401_101352730.gif 눈오던 날 방구석에서 논문을 쓰던 내가 제일 좋아하던 순간


진짜 못하겠다, 자신 없다—그렇게 생각이 가득하던 순간이었다.

그 마음을 기록으로라도 남기자 싶어서,

“못하겠다. 근데 한 줄만 쓰자.”

억지로 꺼내 쓴 그 한 줄들이 결국 완성이 되더라.

모든 게 그렇더라.
못하겠지만, 일단 한 발만 나가자.
힘든 일도, 어렵게 느껴지는 관계도,
내가 보내는 하루도—
하기 싫은 것 딱 하나만 해보자.
그러면 이상하게도, 하기 싫던 일도 조금은 해치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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