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4주차 업무 단상
골절 4주 차, 아직 재택근무 중이다.
대학병원에서 재검을 받고 깁스 기간이 늘어났다
(비수술 즉 깁스로 뼈를 붙여야 하니 8주간 깁스 그 이후 상황을 보자는 소견)
5주면 끝날줄 알았는데 한달이 늘어난 것이다
팀장님은 당황스러워 하셨지만 일단 재택 연장.
대면으로 끝내야 할일도 많고 교육 설문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는데… 앉아있다보니 피로는 쌓이고 집중은 안된다… 컨디션이 그나마 괜찮을 때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일을하는데 예전 같았으면 ‘이러다 일 못 끝내는 거 아냐?’ 하고 조급했을 텐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일을 천천히 해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스케줄은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다.
천천히 시작하고 일정을 맞추려고 서두르지 않는데 오히려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아졌다(적어도 내 기준에, 괜찮다)
왜일까?
재택근무일지를 쓰며 생각했다. 아마 마음이 조급하지 않으니 결과가 괜찮나 보다!
예전엔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그 감정에 치여 집중도 잘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천천히, 매일 조금씩 해내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능력이 좋아진 건가?’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어쩌면 그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지. 분명한건 예전보다 내가 나를 더 믿게 된 것 같다. 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 늦어도 결국은 도착하게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달까.
생각해보면 골절이라는 사건은 내 삶의 속도를 억지로 줄여놓은 일이었다. 그 덕분에 알게 된 것도 있다.
무조건 빠르게 가야만 좋은 건 아니라는 것.
천천히 가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
오늘도 조심히 걷는다.
조금은 불편해도 괜찮다.
천천히 가도 결국엔 다 가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