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 극복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우울을 극복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방법은 상담 심리 공부도 아니었고, 병원이 갔던 일도 아니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휴직’ 그 자체였다.
우울이 찾아왔던 당시, 이직한 직장에서는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여러 번 상사와 인사와 소통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 문제 해결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고, 매일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고, 그런 나 자신이 불쌍해 눈물이 멈추지않았다. 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그 순간 아 지금 우울 하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 무렵, 회사 생활 뿐만 아니라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써야 했다. 화사 생활을 잘 하려고 시작한 공부인데…부담만 되다보니 졸업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은 급했지만 도저히 논문을 쓸 에너지가 나지 않아 괴롭기만 했다.
일도, 인간관계도, 공부도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고, 모든 게 스트레스였다. 결국, 불면증에 시달리며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의사선생님은 휴직을 하고 치료받는게 좋겠다는 소견과 함께 나는 휴직을 하게 되었다.
휴직 승인이 나고 집에 돌아온 날,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 내 페이스대로 해결해나가면 된다’
먼저, 제일 중요한 건 불면증, 잠을 잘 자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꼭 마무리해야 할 일.대학원 논문 계획서와 미뤄둔 과제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이제는 조금씩 내 페이스대로 해도 된다’는 여유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하나씩 해 나가다 보니,
처음엔 도저히 못 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매일 아침, 발레 스트레칭을 하며 찢어지지 않던 다리를 조금씩 열어가던 그 순간.
논문 계획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글을 써내려가던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못할거라 생각했던걸 매일 하는 나를 바라보며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나 할 수 있잖아’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나는 졸업을 했고, 새로운 부서로의 이동도 결정되었다.
그 모든 변화의 시작은 단 하나
‘휴직의 시간 속에 일단 하나씩 해내보자는 다짐‘
그리고 내가 해 낼 수 있다는 믿음.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며 나아지는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는 진짜로 나아졌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문제가 많아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문제가 ‘너무 많다고 느껴져 지칠 때’ 무너진다는 것.
그러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잘해내려고 애쓰고 있는
내 자신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