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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밥은 의외로 약이었다

골절로 인한 재택근무 5주차, 마음의 회복 일지

by 조용한성장

재택근무 5주 차.
발등 골절로 깁스를 한 채 집 안에서만 지낸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재택근무는 조직장 재량이기에 윗분들의 눈치가 보이시는지 팀장은 휴직을 써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나도 고민이 되기에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헐… 동네 병원보다 더 길게 깁스를 하란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불편함, 불안함.

그 소식을 들은 엄마는 망설임도 없이 서울로 올라오셨다.
“안 와도 된다니까 왜 오셨어요.”
“그게… 안 오려 했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안 올 수가 없더라.”
연신 그런 말씀을 하신다.

사실, 처음엔 오지 말랬을 때 진짜 안 오시길래 조금 섭섭했다.
그렇다고 오시길 바랐던 건 또 아니었다.
섭섭함과 동시에 ‘오면 또 잔소리 듣고, 은근 부딪히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던 거다.
양날의 검 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오시니 이렇게 편할수가.
엄마표 백숙, 통통한 갈치 구이, 냄새만으로 배부른 잡곡밥..
‘아, 내가 따뜻한 밥이 그리웠구나.’

엄마표 밥상을 먹고 삼일쯤 지났을까,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내가 봐도 알아볼 정도로.

살은 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왠지 뼈도 빨리 붙을 거 같은, 그리고 알게되었다.

속이 허했구나.

엄마의 밥을 먹고 나니, 마음이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서울에서 혼자 살이의 고단함, 아픈데 혼자 삭혀야 했던 섭섭함, 외로움이 녹아내렸다.
말없이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엄마의 손길이, 어떤 위로보다 강력한 약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오르니 다시 힘이 났다.

예전 같았으면,
‘아픈데 왜 이렇게 일을 많이 시켜…’ 라는 마음이 들 법도 했는데,
‘재택을 허락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은근슬쩍 재택을 질투하던 몇몇 동료들의 반응에도 마음이 꽉 차 있으니 너그럽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마음이 차야, 이상한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걸.
밥심이 있어야 마음이 차고, 마음이 가득 차야 중심이 서고, 중심이 서야 이상한 사람들을 처낼 수 있다는 걸.

이번 주, 나는 ‘엄마의 밥’을 통해 마음의 힘을 되찾았다.

서울에서 혼자서도 잘 살고 있다고, 큰소리치던 나.
괜찮다고 말하던 나.
사실은…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런 말들보다 더 큰 위로였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엄마의 밥은 의외로 약이었다.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놀라운 힘이 있는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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