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플라이 - '이렇게 살고 있어'
"익숙해지지가 않아서일까
텅 빈 맘에 집 앞을 서성이다 와
좁은 방엔 온통 TV 소리만
그 안에선 모두가 웃고 있는데
온종일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붙잡고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하루를 보내
아직도 나지막이 네 이름 불러보곤 해"
혹여 그 사람의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집 주변을 배회하지만
이내 기대는 좌절로 변하고,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무언가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날들에
속으로 삼키고 삼키다 결국 툭하고 내뱉은 단어는
너의 이름.
"오랜만에 나온 늦은 술자리
쓸데없는 농담에 웃기도 했어
다들 잊었나봐 너란 사람을
혹시 나를 생각해 잊은 척하는지
바쁘게 하루가 또 흐르고
집을 향하는 지하철 모퉁이 한 켠에 기대섰어
아직도 아스라한 네 얼굴 그려보곤 해"
그 사람이 없는 현실은 지옥이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너무도 즐겁다.
얼굴을 떠올리려고 해도 그게 진짜 얼굴인지,
내 상상 속의 얼굴인지 가물거릴 때
오히려 슬픔은 더 선명해진다.
나 이렇게 살아
나 이렇게 살고 있어
'러브레터' 속 한 장면처럼 내 안부를 전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입에서 맴도는 공허한 메아리 뿐
그리운 사람 한 명 없는 이가 누가 있을까 싶다가도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사치여서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photo by 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