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뒤면, 몸도 떠나니.
12월 14일. 연말입니다..
대학교 1학년의 2학기도 이젠 마무리 되어갑니다. 1학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되다고 느낀 적이 많았네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죠. 지금까지는 이야기를 숨겨왔습니다. 1월에 결과가 나올테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죠. 약 한 달 뒤면 이 모든 붕 떠 있는 혼란함과 맘 한켠을 어지럽히는 이런 저런 뿌연 김서림과 안개가 매끈히 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몇 번 경험해본적 있지만, 이번 기회에 비로소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설레발을 역동적으로 치는 성격이라서, 무언가 흥미있거나 끌리는 일이 생긴다면 절대 질질 끌지 않습니다. 다소 성급하고 빠르게 관련된 일처리를 다 하고, 계획까지 세워두곤 합니다. 주로 이런 일은 변화가 동반되더군요. 언제나 변화는 설레는 일입니다. 언제나 예측되는 일반적인 굴레 속을 탈출할 수 있는 일탈, 저는 주로 이런 변화를 즐기고 선호합니다. 다소 격동적으로 방향이 바뀔지라도, 우선은 새로운 그 것과 관련 된 모든 준비를 이미 마치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몇 번 경험했는데, 이런 제 모습의 가장 큰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제 이상과 현실의 그 시간차, 그 사이의 간격 동안에 제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아직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지만, 무언가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면 안될 일이겠지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것들을 자꾸 찾게 되고 원하고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금방 싫증을 내곤 합니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렇게 스스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급진적으로 오늘 내일 다르게 바꿀 수 있는게 아니더군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결정을 한 뒤에는 길어야 이틀 내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가올 그 '변화'를 두 손 벌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지금 저와 함께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마음은 식은 것이죠.
지금 저는 제 학과가 그렇습니다. 아마 대학생 신분으로서 저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 농도 짙은 환경은 학교입니다. 더 범위를 좁히자면 학과가 되겠죠. 저는 지금 문과생입니다. 근 몇년간 저와 함께 했던 환경이죠. 저도 저는 평생 문과생일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원래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아직은 모릅니다. 1월에 결과가 나와봐야, 정말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결론이 납니다. 이 결정을 학기 극초반에 했으니, 제 마음은 이미 9월의 여름에 떠나버렸습니다. 더 이상 학과 공부에 대한 미련이 없었고, 오로지 제 높디 높은 학점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하게 됐습니다. 전혀 재미도 없었고, 하루 빨리 종강만을 원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3개월간 고군분투했습니다.
대학생이 소속된 학과의 공부에 흥미를 잃고 열정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듯이 보내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나쁜 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지금까지 큰 탈없이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책임감 있게 해온 제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려 합니다. 그리고, 이젠 하나 남은 기말고사 시험까지 최고의 성적을 받으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충분히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한참 어린 저라서, "마음이 먼저 떠난 관계"를 저와 저를 둘러싼 환경에 국한하여 바라보았지만 아마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이런 문제는 더 깊이 있게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 그런 경험은 전무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음이 떠난 관계에선 이상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고 이번 기회에 느꼈습니다. 결론이 영 깔끔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깔끔하게 해내면 그게 또다른 결론으로 작용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대, 남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한 짓은 용납이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