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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an 16. 2024

부자 아내보다 어려운 것

독서인생의 유일한 오점

투자 관련 책들로 꾸역꾸역 채워진 서재는 소화도 못할 비빔밥을 입 안으로 욱여넣은 목구멍 같았다.  


평소 공격적인 독서생활로 서재 결혼은커녕 서재 독신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짝꿍은 두 칸도 안 되는 본인의 서재 지분에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결혼 후 거의 처음으로 내가 몇 년간 긁어모은 투자 관련 책 코너의 책들을 모두 꺼내 테이블 위에 쌓기 시작했다. 분류의 왕답게 책을 세 분야로 나눠 쌓았는데 마인드셋, 부동산, 주식 이런 식이었다.


그중 가운데에 가장 우뚝 선 것은 마인드셋 도서. 시큰둥한 반응에 사뭇 민망함을 느꼈다. 용어 하나 흐름 하나 파악 못하는데 마인드셋이 무슨 소용이랴. 의지 하나는 자타공인 제일인 나도 유일하게 의지로 극복 못한 투자의 마인드셋. 최근 재테크 챌린지를 이용하면서 마인드셋을 다시 가다듬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허공에 양팔을 휘젓는 일이었나 허탈해졌다.


그동안 나에게 독서력은 자부심이었는데, 연애가 그렇듯 투자도 글로 배우는 거 아닌 건 알지만 결국 실천 밖에는 답이 없구나. 그 뻔한 진리를 체감. 사람은 쪽려야 변한다. 의지력, 실천력 갑인 나에게 취해 투자도 내 방식대로 하면 시간이 걸려도 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걸까. 모든 분야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바보 같은 전략은 어떻게 시작된 거지?


간절하나 조급하지 않은 투자? 오히려 반대다. 조급하게 투자서를 들춰보면서도 정작 저축이나 투자에 대한 간절함은 거의 없었다. 부자 아내 되기보다 어려운 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조각배 타고 호기롭게 나갔다가 태평양에서 익사할 뻔한 느낌. 입천장에서 소금맛이 났다.


최근 짝꿍과 재테크 목표와 실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과 투기하기 좋은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열심히 경제 문해력부터 키워서 금융 문맹을 탈출하자고 호기롭게 다짐하던 나는 좀 김이 빠졌다.


망망대해에 떨어진 느낌일수록, 아주 구체적인 일부터 해나가야 하는 법. 영어 알파벳도 모르면서 영어 원서 읽으려는 꼴이다. 하지만 올해가 끝날 때 즈음에 첫 페이지 정도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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