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의 재무제표
기대가 흘러 모이는 곳
장이 열렸다. 사고팔려고 모인 사람들로 시장통이 시끌벅적 북적였다.
이 놈은 싱싱한지, 저 놈은 오늘 왜 그렇게 비싼지 둘러본다. 사람들은 왜 저기 하나같이 모여있지? 흥, 난 다른 길을 간다. 근데 저번에 보니 사람들 모이는덴 다 이유가 있던데, 그럼 어디 나도 한번?
뉴스에선 시종일관 금리 인상이다 고물가다 시끄럽고, 내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엄마, 아빠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어제 학교에선 재무제표 강의를 들었다. 매 학기마다 내가 받는 성적표 같은 거라고. 회사도 성적표를 받는구나. 그런데 상장한 회사, 그러니까 시장에 팔려고 내놓은 기업은 성적표를 꼭 공개하라고 법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ROE
PER
PBR
영업 이익
당기 순이익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 단어들이지만 수학 성적은 그저 그래도 영어 실력 하난 끝내주니까 일단 이건 잘 외울 수 있겠다. 예전엔 학교에 재무제표 강의가 개설이 안 되었다는데, 다들 어떻게 주식을 사고팔았을까? 2007년 즈음엔 초등학생도 다 주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던데, 펀드도 엄청 거래돼서 코스피 2000P를 넘을 정도로. 성적표도 안 보고 그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걸까? 학교에 가르쳐 주는 게 이렇게 달라졌다면, 몇 년 후엔 또 얼마나 달라질까? Chat GPT한테 물어보면 알려줄까? 걘 안 겪어본 건 모르던데..
중학교 동창인 연서는 대안 학교에 입학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와 외국어 계열 특목고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랑은 완전히 다른 길이었다. 코딩 기반으로 공부하고 다른 과목까지 지식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입시 스트레스도 없고, 전문가 양성 과정이 있어서 선택했지만 학위를 얻으려면 추가적인 단계를 더 밟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만족한다고.
오늘 아침 뉴스에서 금리 인상 더 없을 거라고 하던데 그게 아빠의 하루 컨디션, 우리 집 아침 밥상, 그리고 내 용돈과 사 먹을 수 있는 로제 떡볶이의 횟수에 영향을 줄 줄은 몰랐다. 페북에 떴던 일론 머스크 아저씨 엄청 느끼하게 생겼던데,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이었어. 맨날 거짓말만 하는 트럼프 할아버지도.
엄마가 계좌를 하나 만들어주셨는데, 막상 재무제표보고 하나라도 사보려니 너무 비싸다. 어제저녁부터 너무 먹고 싶었던 로제 떡볶이를 몇 번이나 건너뛰어야 살 수 있는 회사가 늘어날까? 아빠는 주식 그래프만 보고 있지 말고 경제 공부부터 차근차근하라고 하셨다. 금융 문맹 테스트를 한다고 용어의 뜻을 몇 가지 물으셨는데 가물가물, 아는 것도 설명은 또 다른 영역. 어려웠다. 엄마, 아빠 대화에 끼고 싶다. 모르면 그때그때 물어봐야지.
그래도 어제 배운 거 안 잊어버리려면, 수시로 들락날락해야지. 연서는 뭐에 투자하는지 왜 거기에 투자했는지 물어봐야겠다. 떡볶이는 집에서 해 먹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