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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an 22. 2024

미라클 모닝페이지의 복리효과

나만의 미라클 타임 찾기

미라클 모닝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 지금도 미라클 모닝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게 아침은 미라클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일 뿐.


아침잠이 워낙 많아 아침밥은 포기한 지 오래였다. '굳이' 새벽같이 일어나 유행 타는 거창한 갓생을 살 필요를 못 느꼈다. (물론 그때 이미 학생들은 나에게 갓생 사는 쌤이라고 불렀지만.) 하지만 모닝페이지를 쓰면서부터 새벽 5시가 붙잡고 싶은 시간이 되었다. 꼭 그 시간에 써야만 느낄 수 있는 개운함과 평온함이 있었고, 그래서 눈을 다 뜨지 못한 중에도 펜을 잡고 앉아있기도 했다. 쓰다 보면 알아서 눈이 트이고 잠은 깨어 있었다.  


모닝 페이지는 말 그대로 새벽 4시~아침 7시 사이에 일어나 자기 자신을 깨우는 글을 쓰는 것이다. 독자는 오직 나이므로 글씨를 예쁘게 쓸 필요도 내용을 정제할 필요도 없다. 자신을 풀어놓는 글쓰기로, 다 쓰고 나면 개운하고 고개를 들면 밀려오는 아침 기운은 굉장하다.


하지만 안 하던 짓하면 탈이 나는 법. 5시 기상의 부작용은 업무 중 피로감 급증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쪽잠을 잔다든지 저녁에 좀 더 일찍 잠든다든지 하는 당연한 요령을 피우게 된 건 아주 나중의 일. 결국 기상 시간을 살짝 뒤로 미뤄보기로 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근데 왠지 새벽 5시는 지켜야 할 거 같았다. 사실 새벽 6시만 되어도 충분히 미라클 모닝이지만 출근 준비를 6시 반에 시작하는 일정이라 눈떠서 조금만 머뭇거려도 글 쓰는 시간이 30분도 채 안 되었다.


5시 50분으로 타협. 대신 지체 없이 일어났고 아침에 바로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쓰는 동안 지난밤의 고민, 아침의 막막함, 고요함의 경계선에 있던 고독함이 펜을 타고 종이 위로 흘러갔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다짐할 필요도, 짜증이나 희석되지 못한 말과 마음을 억누를 필요도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쓰다 보면 모래통에 담긴 물이 뿌옇다 다시 맑아지듯이 그렇게 투명해진다. 어떤 날엔 희망이 샘솟고, 어떤 날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어떤 날엔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한 달쯤 지나 익숙해지자 5시 40분, 5시 30분으로 당겼다. 새벽 4시 미라클 모닝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지만 일단 나의 페이스대로.


미라클 모닝을 쌓으면 저절로 얻는 이득

그런데 뜻밖의 혜택은 이것이다. 야식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야식의 정의가 밤 10시 이후에 고칼로리를 먹는 것이라면 말이다. 12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더 고픈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 언제나 잠이 식탐을 이기니까. 그래서 오히려 먹는 걸 참아보려 했던 고도의 다이어트 집중기보다 효과가 좋았다.


날씬한 식단이나 알뜰 똑순이 모드로 살아보려다 늘 탈이 났다. 출근 전 오늘의 지출을 예상해 보거나 소비 캘린더를 짜는 식의 시도는 퇴근 후에 엄청난 저항감과 싸워 망가질 리스크가 컸고 자책하기 일쑤. 나는 내 취약점을 잘 아니까. 안 되는 건 빨리 인정하고 되는 쪽으로 길을 찾기로 했다. 인생은 인정을 제때 못해서 꼬인다.


장점은 계속한다는 것. 문제는 안 좋은 것도 계속한다는 점이지만, 잘하는 것도 계속한다는 것에 점수를 더 준다. 완료하려면 전념해야 한다. 어떤 순간에도 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깨어있어야 한다

더불어 야식은 줄이게 되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살려 평일 아침엔 글을 쓰고 주말 아침엔 근력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한동안은 홀린 듯이 러닝 머신 앞에 서고, 다리가 풀릴 때까지 뛰다 집에 가겠지만.


이 또한 익숙해져 시스템이 될 때까지 반복해 보기로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의 저자는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무려 세 시간 동안 부동산 공부하는 일을 5년간 지속하여 자산을 쌓았다고 하는데, 꼭 모닝페이지가 아니어도 그런 꾸준함으로는 뭐든 이룰 것 같다.


다만 매일 새벽 세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간절히" 알고 싶은 것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5,475시간(3시간*365일*5년)은 어떤 복리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그렇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려다 미라클 모닝이 미저리 모닝이 될 수 있으니 욕심은 절대 금물. 어쨌든 모닝 페이지의 마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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