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엔 책이 늘 30~40권씩 가득했고, 거르고 걸러 골라도 사들이는 양이 상당했다. 일단 사면 결국엔 다 읽는 편이라 딱히 제동을 걸진 않았다. 때때로 좀 사치스러운 취미라고 느꼈을 뿐.
여전히 빌린 책보단 산 책을 선호한다. 도서관을 주로 활용해 보려는 시도를 하면서도 번번이 다시 '사서 읽는' 생활로 돌아왔던 이유는 다양했는데,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1. 난 책을 더럽게 읽지. 밑줄도 그어야 하고, 메모도 하고, 플래그도 붙여야 해.
2. 글을 쓸 때 생각나는 책들 중에 인용하고 싶어서 찾아보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거더라.(서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울 때가 많았어.)
3. 대출기한에 쫓겨 읽는 거 싫어. 읽고 싶을 때 읽어야지.
4. 근처 도서관은 리모델링해서 시설은 참 좋은데 내가 찾는 책은 꼭 없거나 오~~~래 대출중. 반납일도 한참 남았고. 아, 김 빠져.
저녁을 먹으면서 짝꿍이 내 푸념을 듣더니 말했다. "자기가 신간을 주로 읽어서 그런 거 같긴 하네.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는 걸로 하면 어때?"4번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것도 해 봤어."라고 답하려던 차에 "요즘 챌린지 열정열정 모드니까 '도서관 책 뿌시기'같은 거 해볼까?"라고 말해버리고는엉뚱한 곳에서 에너지가 샘솟았다.애착 도서관을 찾아보자며 주변 도서관을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엔 공공도서관은 없고, 옆 동이나 옆 군(?)으로 가야 했다.
"가까운 곳이 좋지. 도서관도 워킹 디스턴스 Walking distance 가 중요해."
예전부터 제일 자주 가던 도서관. 집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고, 비교적 최근에 설계되어 '요즘 도서관' 느낌이 났다.
최근 리모델링하면서 더 좋아지더니 AI 북큐레이션 기기도 들어와 있었다. 좀 신기해서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기계가 주는 효율적 편리함의 매력은 내 끝도 없는 호기심에 치여 오래 가지 못했다. 도서관은 헤매야 제 맛이지.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책들을 하나씩 검색해 본다. 어떤 책은 아예 없고, 어떤 책은 대출 중. 일단 대출 가능한 책을 골라 위치 정보지 인쇄 버튼을 클릭한다. 드륵-드르륵- 예전엔 일일이 써서 찾아다녀야 했는데, 드륵-드르륵- 이 소리가 듣고 싶어서 도서관에 올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은 입구 쪽에서부터 펼쳐지는 읽기 공간, 안 쪽에 컴퓨터와 프린터에 들러싸인 노트북 사용자들의 공간, 창가를 따라 마련된 긴 테이블까지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아무도 없는 것처럼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히터 때문에 공기는 좀 텁텁했지만, 장난감 도서관, 만화 카페, 멀티미디어 공간,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한 이 공간이 다시 좋아져 버렸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을 땐 툭하면 들렀었는데, 한 블록 넘어갔다고 그 새 먼 곳 취급을 했군. 재테크를 계기로 다시 '빌려 읽는'세계로 진입했다.
사실 정말 읽고 싶은 마지막 한 권이 이 도서관엔 없어서 결국 다른 도서관에 가서 추가로 대여를 했다.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한 달은 걸리니 '독서와 공부는 기세로 하는 것'이라 믿는 나에게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간절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지. 무튼 애착 도서관을 찾아 기쁘다. 토요일 오전 루틴은 정해진 셈. 애착 도서관 가기.
이제 자주 들러볼게. 더 쓰고 Write 덜 쓰는 Spend 삶은 이제 시작이다! 애착도서관을 탐방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사는 곳 근처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새로운 꿈도 생겼다. 꾸준히 쓰면서 동네책방문학상에 도전해서 지역작가로 활동하는 것. 애정하는 책방에서 북토크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