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는 대체불가한 점은 무엇인가요?
지난 시간 써온 글들을 돌아보니 온통 다양성과 감정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지. 겉보기엔 책, 독서, 영어원서, 뭉뚱그려 사유덩어리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생각이 많긴 하지.
"우리는 우리한테만 일어났다고 생각한 일을 책에서 읽고서 그 일이 100년 전 도스토예프스키한테도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 [...] "이는 언제나 자기 혼자라 생각하고 괴로워하며 고군분투하는 사람에게 매우 큰 해방이다. 이것이 예술이 중요한 이유이다."
생각이 많은 것이 대체불가한 점입니까?
거참, 핵심이 그게 아니지 않나. 까칠해. '나를 나 자체로 인정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10대부터 주욱 있었지.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해도 존중하는 마음 말이야. 아이들을 만나면서 '너희도 그런 게 있겠지.' 싶을 때가 자주 있으니까. 그때마다 수다를 떨게 되지. 별 거 없는 대화는 얼마나 재밌는지. 그러다 별 게 나오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를 면밀히 파악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게 나를 대체불가로 만들지 않을까 싶은데, 아님 말고.
독서의 시간은 내게 작고 잠정적인 천국 같았다. 나는 훗날 모든 천국은 그렇게 소박하고 일시적이라는 걸 이해했다.
북돋아준다는 건 뭐죠?
난 칭찬에 재능이 있지. 동기부여를 한다는 뜻이기도 해. 꾸준히, 매일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를 다독이는 일에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지. 그게 그들이 원하는 방식이기를 바라고. 나부터 그렇게 생활하면서 나의 얘기를 풀어내지. 근데 '나도 이렇게 해봤으니까 너도 해봐'는 별로인 것 같아. 모두의 기질, 성향, 상황이 다르니까 오히려 좌절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좋아하는 눈빛과 기세는 있지. 그런 걸 지닌 아이들을 만나면 기꺼이 제안하고 쿡쿡 찌르지. 될 놈을 알아본달까.
배고프다고 하는 사람은 결국 배가 고프게 된다. 그리고 죽음을 말하는 사람은 먼저 죽게 된다. 비타민 L(문학)과 비타민 F(미래)가 내겐 최상의 공급처인 것 같다.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요?
응, 그 유용함에 대해 골몰할 때가 많지. 진로는 뭘까? 그건 직업과는 다른 건데. 잘한다고 진로인가? 하고 싶으면 할 수는 있고? 세상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걸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한다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걸. 뭐, 내가 가진 걸 세상이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말이야.
유용함이 강박이 되지 않길 바라지. 그건 좌절이나 오만만 부를 뿐이니까. 그저 자기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가는 거야.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 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 혼돈의 세상에서 책을 입수하는 일은 심연의 칼날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트에 적어둔 '초보지만 괜찮아, 타국의 위로.' 이런 제목들은 다 무엇일까요?
괜찮은 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 새로 만나는 학생들에게, 새로 들어온 동료들에게. 나는 도망치거나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도 되고 싶지 않거든. 그 중간은 환영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말이야. 신경질적이고 피해망상에 찌든 언니로 남고 싶진 않아. 나부터 잘 살자, 그런 생각. 나는 내 멋대로 살아도 그만인 풀꽃이라고.
같은 맥락에서 고전이나 해외문학을 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고전은 그 시대만 비추진 않잖아. 현재를 예견한 듯한 문장들. 해외 문학은 이제 보편의 문학 아닐까. '낯선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가니까.
*이 글은 책 <서평가의 독서법>과 <갈대 속의 영원>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