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그놈은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형편없군. 로도스, 사이프러스 등 여러 전투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 능력도 훨씬 뛰어난 나를 두고 덜떨어진 캐시오에게 부관을 주고 나더러는 기수나 하라고? 로더리고도 헛물만 켜다가 데스데모나를 뺏겨 버린 꼴이니 나랑 다를 바 없는 처지다."
1. 일단 데스데모나와의 결혼부터 막아야 한다. 오늘 저녁에 데스데모나의 집에 찾아가 그녀의 아버지인 브라반쇼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이다. 데스데모나와 오셀로가 비밀 결혼을 하고 사지타리 Sagittary 여관에서 머물고 있다고 알리고 그곳에 먼저 가 있을 것이다.
지금 늙고 검은 숫양이 당신의 흰 암양을 올라타고 있어요. 빨리 일어나요, 일어나. 코 고는 사람들을 종소리로 깨워요. 안 그러면 당신은 악마 사위의 손자를 보게 될 거예요. 빨리 일어나요.
2. 오셀로가 무어인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무어인 The Moor은 8세기경부터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거주했던 아랍계 무슬림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피부 색깔이 검고 흑인에 가깝지만 언어적으로 아프리카 흑인보다 아랍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3. 오셀로가 너무 밉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이것은 나의 처세술이다. 싫은 사람, 싫은 일을 만날 때마다 얼굴에 감정을 덕지덕지 다 묻히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흥분한 브라반쇼에 비해 오셀로는 차분하다. 브라반쇼가 "이 더러운 도둑놈 O thou foul thief"라며 비난해도 상처받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데스데모나는 오셀로같이 나이도 많고 말투도 투박한 군인에게 어떤 연유로 사랑에 빠진 걸까?
저는 오셀로의 얼굴을 그의 마음에서 보았고 그의 명성과 용맹스러운 자질에 제 영혼과 운명을 바쳤습니다."
데스데모나의 사랑과 결혼은 과감하고 솔직해서 아름다운가?
아니면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파격적이라 위험한가?
"이 애를 조심하게 무어인, 눈여겨서 잘 보라고. 아버지를 속였으니 자네도 속일지 모르네."
"네, 그녀의 정절에 제 생명을 걸겠습니다."
4. 로더리고의 돈이 있어야 사이프러스로 갈 수 있다. 그를 꼬드겨 돈을 많이 준비하게 할 것. 그는 내 돈지갑이다. 순진한 로드리고는 데스데모나를 유혹할 꿈에 부풀어있다.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5. 사이프러스 전쟁에서 승리한 오셀로가 돌아왔다. 신혼부부답게 사랑이 넘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캐시오가 데스데모나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 사전에 연적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로더리고를 꼬드겼지만 별 반응이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오셀로가 계속 성공하도록 둘 수는 없다.
일단 캐시오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만든 후 로더리고가 캐시오에게 시비를 걸어서 싸움을 벌이게 할 것이다. 이때 오셀로에게 캐시오를 감싸는 척하면서 이 싸움이 캐시오에게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면 오셀로는 캐시오를 부관자리에서 해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오셀로는 보통 놈이 아니다. 군인으로서도 뛰어나고 자존감도 높다. 그에게 열등의식을 심어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이것만 자극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텐데.
7. 오셀로는 분명 사회적 체면을 의식해 일시적으로 해임하는 척했을 뿐 곧 캐시오를 복직시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데스데모나에게 캐시오의 복직을 요청하게 한다면 어떨까?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같이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하고 그가 의심스럽게 행동할 때 미심쩍다는 듯 은근슬쩍 운을 떼보자. 그런데 데스데모나가 좀 닦달하듯이 요청해야 질투심이 더 불타오를 텐데 하늘이 내 편이기를.
8. 치고 빠지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말투로 오셀로를 흔들 것. 오셀로는 모르는 베니스 여자들 특유의 성향이 있는 것처럼 굴자. 이미 제 아버지를 속인 적이 있다는 말도 흘리자. 그렇지만 절대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 정중함을 유지할 것. 데스데모나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다고 느끼면 불안과 좌절을 느낄 것이다.
오, 질투심을 조심해요.
질투는 희생양을 비웃으며 잡아먹는
녹색 눈의 괴물이랍니다.
O beware, my lord, of jealousy;
It is the green-eyed monster which doth mock
The meat it feeds on.
9. 에밀리어가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을 주웠다며 가져왔다. 하늘은 내 편인가? 이 손수건을 캐시오의 방에서 발견한다면 오셀로의 반응은 어떨지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 "캐시오가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으로 수염을 닦는 걸 봤습니다." 이 한 마디면 아무리 강철 멘털인 오셀로도 별 수 없을 걸. 데스데모나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추측일 뿐임을 강조할 것. 책 잡힐 일을 만들어서는 안 돼.
10. 오셀로의 눈빛에 의심이 가득하다. 독약을 먹여 데스데모나를 죽일 셈인가. 침대에서 목이라도 조를 셈인가. 이제 오셀로는 한 때 사랑했던 아내보다 내 말을 더 믿는다. 그는 질투에 눈이 멀어 제정신이 아니니까.
내가 중간에서 보석들을 빼돌린 걸 로더리고가 눈치챈 것 같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데리고 모리타니아로 가려는 걸 어떻게든 지체시켜야 하는데 아직 데스데모나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얼간이를 좀 더 이용해야겠다. 캐시오나 로더리고나 내 앞길에 걸림돌이기는 마찬가지. 내가 꾸민 음모도, 중간에서 빼돌린 보석들도 추궁받지 않으려면 둘 다 없애야 깔끔한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는 캐시오를 절대 사랑하지 않았고, 제가 해도 괜찮은, 하늘이 모두에게 허락하는 사랑만 했어요. 절대로 그에게 손수건을 주지 않았어요.
11. 가엾은 데스데모나. 더 안타까운 오셀로. 그는 에피메테우스 Epimetheus('나중에 아는 자')다. 깨달음은 언제나 뒤늦게 도착하는 법. 인간은 얼마나 취약한지. 자신이 베니스인이라도 되는 양 잘난 척을 하더니 속이 시원하다.
극 중에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꼭 죽어야 했을까?
*큐레이터 노트: 불편하지만 우리의 감춰진 본심.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 이해해야 할 필요는 있다.
*오늘의 책: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