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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r 24. 2024

거북이 북스타그래머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과연 을까? N권의 가치, 숏폼의 효용

3분 책 요약 해드려요!
N권 읽은 사람이 OOO의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쇼츠로 간단하게 읽는 OOO


아이들은 내게 인간관계가 독서로 해결이 되냐고 묻는다. 1권만 제대로 읽어라? 많이 읽을수록 좋다?


모두 답이 아니다. 애초에 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다. 책을 정말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박적으로 읽지 못한다. 물론 강박적으로라도 독서를 이어가려는 노력은 소중하다.


하지만 권의 책은 하나의 편견이므로 제대로 읽었다면 반드시 다른 책(다른 의견을 가진 책, 같은 작가의 다른 책 등)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독자의 과오라기보다는 그 책이 나를 바꾸는 책 정도는 아니었을 뿐이다. 읽는 사람에겐 언제나 다음 책이라는 희소식이 있다.


게다가 읽는 도중에 자꾸 멈춰 세우고 읽은 후에 여운이 남아 자꾸 생각나는 책이라면 조급하게 권수에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위대한 책, 아니 적어도 내가 만나야 할 운명인 책들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다른 표현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걸.


책은 애초에 느린 메시지다. 매일 사양산업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해도 시간을 닮고 사람을 닮아 결국 느리면서 가장 빠른 방식으로 의리 있게 우리 곁에 있다.


N권의 가치는 그 사이에 비워둔 질문의 시간, 일상을 살아가면서 책 속의 메시지를 삶에 반영해 볼 시간들이 끼어있는지에 달려있다. 옆구리에 책을 끼고 살아가다 수시로 펴보는 식이다. 책 속에는 길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빼어난 북스타그래머가 아닌 탓도 분명 있고 충분히 피드에 공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피드를 읽은 누군가가 '책을 더 읽고 싶어 졌다'가 아니라 '피드를 읽고 나니 책을 다 읽은 포만감'을 준다면 이건 옳은 방향일까? 북스타그램을 '읽는' 독서가들 사이에서 종종 택의 기로에 놓인다. 언제나 전자를 택하지만.





읽지도 않는데 쓰라니요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독서법과 질문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온다. 읽지도 않는데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진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지나치게 소비된다.


출판계는 호황이었던 적이 없었다.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독서량은 큰 변화가 없다. 언제나 원래 읽던 사람이 더 많이 읽는 시스템이었다. 미디어에서 독서인구의 감소에 대해서 떠들어대지만 책을 더 읽게 만든다기보다는 '요즘 다들 책 많이 안 읽네(못 읽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만 키우는 건 아닐까 염려스러울 때가 있다.


책은 시간이 없어서 읽고, 바빠서 읽는다. 내 삶이 이렇게 까지 바쁠 이유가 없는데 우선순위가 없는 건 아닐까? 겉보기에만 바쁜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나? 쪼개고 쪼갠 10분 독서는 집중력이 최고조이며 읽는 글밥도 꽤 된다. 설사 그렇지 못해도 상관없다. 언제나 꺼내 볼 수 있게 한 권만 가방에 넣어두면 된다. 을 기회는 기다리면 꽤 자주 생긴다.





삶에서 해법을 찾는 걸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다시 글쓰기는 이 주제로 돌아온다.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주제를 떠올려보면 외국어(영어) 전반, 책 추천, 인생 상담, 수업 방식 등등이지만 솔직히 요즘 나 자신이 좀 질린다.


어제 짝꿍과의 대화에서 나에겐 딱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건 "아이스아메리카노,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짝꿍"이었다.


아마 점심 먹고 나른할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나서 떠오른 말이라 맨 앞에 나온 모양인데 아마도 맑은 정신을 대표하는 말 아닐까 싶다. 맑은 정신으로 책을 읽다 짝꿍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그 행복이 내 삶의 시작이면서 종착지 아닐까.


다만 행복은 단순하고도 복잡하다. 북큐레이션 공부를 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척박한 환경 탓에 좀 지쳐버린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기획에 관한 책을 더 깊이 파지 않을까 싶다. 팀원도 만나고 싶다. 불특정 다수보다는 더 나은 생각이 필요한 상황에 집중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이 해법을 찾는 걸 보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있다. 갈 길이 멀지만, 지금 여기에서 하나씩 찾는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위의 글은 영화<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의 내용과는 무관하나 제목만 따온 김에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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