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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r 23. 2024

사랑을 쓰다

매일 쓰기의 효용



오늘의 글감 찾기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엔 뭘 먹을지 고민하듯, 오늘의 글 한 꼭지를 마무리하며 내일은 뭘 쓸지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서 글감을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외로 일을 하거나 짝꿍과 대화를 하다가 찾는다. 새벽에 모닝페이지를 쓰거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떠오르기도 한다. 독서 중에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그냥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서랍에 넣어둔다.


살다 보면 조각조각 파편이 되어 우주 공간을 떠도는 생각 먼지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미처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그렇다고 소멸되지도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짝꿍과 대화를 하다 매일 쓰는 일의 효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글거릴지도 모르지만 더 나은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의 혈액순환'


생각은 흐른다. 막혔는지도 모르고 그런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매일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쌓여있던 생각 먼지들 새로운 정보를 더 하고 전체적으로 정리그들은 행성이나 별이 되고 말끔히 비운 몸에 새롭고 밝은 생각이 수혈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다 보면 눈앞의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뻔한 글만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일상은 루틴 속에서 기척 없이 자라는 손톱처럼 이야기를 키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션이 주어진다. 사랑할 준비를 한다. 사랑할 수 있는 것, 사랑할 수 없는 것, 하릴없이 사랑해야 하는 것과 함께 해가 뜨고 진다.


어떤 날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어떤 날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서, 어떤 날은 어차피 사랑해야 한다면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 쓴다. 그 대상은 나 자신이거나, 나보다 더 나 자신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사물이나 콘셉트, 자연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모두 나의 일부이다. 나는 생각보다 입체적이며 끊임없이 영향받는 생물이다. 매일 쓰다 보면 그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다.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는다.


똑같이 나의 이야기를 적어도 왜 어떤 글은 에세이가 되고 어떤 글은 일기가 되는 걸까? 오늘 실천한 사랑이 읽어주는 사람의 마음에 가닿았는지 아닌지에 달린 건 아닐까? 서툰 솜씨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읽어주는 사이

작년 겨울부터 매일 쓸 수 있었던 원동력 하나같이 읽어준 사람들이다. 내 글을 궁금해하는 가족, 댓글을 달아주는 글쓰기 학인, 라이킷을 눌러주고 시간을 내어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 나는 쓰지 않는 시간에는 열렬한 독자이므로 그 수고로움을 익히 안다. 내가 사랑을 발견하고 배우며 쓰는 동안 그들은 나를 읽어주며 사랑을 가르친다. 읽어주는 사이,라고 쓰고 나니 이만큼 막역하고 정다운 사이가 있을까 싶다.

 

누군가를 아주 오래 보아도 읽어주는 사이만큼 꾸준히 지켜보고 응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쓰고나서부터 더욱 열렬한 독자가 되었다. 쓰는 사람의 수고를 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을 글로 밝힐 순 없지만, 우리에겐 마음속 깊이 품은 은근한 사랑도 제 맛인 법이지만, 글쓰기는 사랑을 발견하는 기발한 방법이므로 감히 모두에게 추천한다.


우리, 서로에게 읽어주는 사이가 되기를. 그것이 글이든, 마음이든, 무심하게 주고 간 초콜릿이든, 미처 숨기지 못한 낯빛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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