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입체적인 액체

by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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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에는 많은 호르몬이 있다. 호르몬이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흐르면서 각 세포에 도달해 화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발달, 대사, 기능, 욕구, 재생, 슬픔과 기쁨, 조절, 스트레스 등 모두 호르몬이 하는 작업이다. 모든 생리현상과 정신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의 하루는 호르몬의 하루와 흡사하다.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행복 호르몬에 대해 알게 되면 행복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어림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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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열정적인 사람은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호기심은 더 많다. 어떤 일이든 기본적으로 긴장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면이 있으므로 과도한 도파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보상적 재미와 황홀감이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뿐 결국엔 소모와 소진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면 도파민의 분비는 감소한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것도, 재미있는 일도 없다고 한다. 감정적으로 무뎌지거나 도전의 의미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엔도르핀


도파민이 행복호르몬이라면 엔도르핀은 쾌락의 호르몬이다.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된다는 건 뇌에 우리 몸이 고통스럽다는 신호가 전달되었다는 것이고 이 고통을 완화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달리기라는 힘든 과정을 거쳐 목표 거리를 달성했을 때 우리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 쾌감은 달리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오피오이드가 분비되면서 느끼는 쾌감이다. 달리기가 고통스럽지 않고 재밌기만 하다면 그간 쌓인 쾌감의 기억 덕분일 것이다. 그 기억 덕분에 힘든 과정도 기꺼이 버티면 즐기게 되는 것일 뿐 달리기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마 힘들지 않다면 쾌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과 같이 몸을 긴장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진정시킨다. 세로토닌은 햇볕을 쬐어야 만들어진다고 한다. 햇살을 받으며 산책하는 기분, 벌써 평온하다. 세로토닌은 저녁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변하는데 잠을 자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다. 수면유도제로 이용된다고 하니 평온호르몬이라 불러도 좋겠다.


호르몬에 대해 쓰다 보니 행복은 입체적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호르몬도 행복의 단면만을 설명할 뿐이다. 부서질 듯 도전하는 삶에는 언제든 소진이 찾아오고 평온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지나치게 평온한 삶은 지나치게 도전적인 삶만큼 위험하다. 행복은 액체 같다. 그래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언제나 신경이 굳은살처럼 딱딱해져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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