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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ul 24. 2024

꿈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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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표상이란 단어를 다르게 이해했다.



표상

원래의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이미지 또는 형상. 정신적 표상은 정신 안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재생산되는 의미 있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지각을 일컫는다. 이 표상에는 역동적 세력의 증가와 감소에 따라 리비도가 더 많이 집중되기도 하고 더 적게 집중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자아의 하부 구조를 구성하며 자아 내용물의 일부로 간주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다른 이해는 비웃음으로 대체되었다. 아직 듣지 못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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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는 오늘도 딸기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는다. 그 아이스크림에선 눈물맛이 다. 10여 년째 같은 맛.


빌런이 등장한다. 보통의 성장 서사에는 빌런이 필수다. 없으면 밋밋해서 일부러 집어넣기도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 쇼에서 등장인물들의 주체적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재미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일들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구경할 때 생긴다.


걔네들은 연신 미안하다고만 했어. 하도 울먹거려서 뭐라고 했는 잘 모르겠고 그 장면도 비 오는 날 물먹은 창처럼 흐릿하지만 느낌은 그랬어. 진심인 듯한 말투와 표정.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장면리셋.


처음. 사과. 다시 처음. 사과.


잠에서 깬 줄 알았지만 그것조차 꿈이었다. 새로운 주제이길 바랐지만 어제 꾼 꿈의 속편이었다. 줄거리를 외운다. 등장인물도 매일 바뀐다. 답답하고 지루해서 걸었다. 리모델링한 건물 1층 복도를 지나 여전히 공사 중인 4층 제일 끄트머리 교실까지. 정확히는 교실문 앞에 다다라 문을 여니 허연 회색빛 벽돌벽이다. 벽의 틈 사이로 풀이 무심하고 무성하게 피어있었다.


작은 역할은 있어도 작은 사람은 없는 거 선생님의 말소리가 교실 공간에 퍼진다. 여는 문마다 회색빛이었지만 그 소리만은 건물 전체로 빛처럼 퍼져나. 웅성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왔는지 알 수 없는 긴장감도 느껴진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1층으로 걸어 내려가 커다란 통창을 있는 힘껏 열며 나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낡고 촌스러울 정도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정문 옆으로 흐드러진 나무들 아래 벤치가 놓여있는 공간이었다. 쉬라고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으면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합니다.'와 같은 무서운 문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곤 했다. 이젠 시원하게 난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꽤 근사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진 건 호수에 둘러 싸인 학교. 물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깨끗했지만 수심은 사람 마음만큼이나 알기 어려웠다. 두 명이 탈 수 있는, 덩치가 작은 남자아이가 탄다면 세 명까지도 가능할 크기의 배 세 척이 있었지만 노는 없었다.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꿈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런 꿈을 꾸진 않아서 재구성하고 다시 썼다. 새로운 꿈이 등장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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