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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Aug 22. 2024

밋밋한 삶에도 기적이

<녹차의 맛> 시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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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노 사치코는 생각한다. 어째서 삶은 도통 알 수 없는 것 투성인가. 우울과 권태는 닮았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만 던진다는 점에서. 대체 언제쯤 커다란 내가 사라지는 걸까? 나른한 여름, 앉으면 눕게 되고 누우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정처 없는 여름에 대해서 하루노 사치코처럼 생각한다.


출처: 홀리 가든(https://youtu.be/XAHZx-vor-k?si=DX8594ZlVlM9oGzZ)



조용한 가족. 평화롭지만 각자의 삶에서 나름의 시끄러움이 있다. 텁텁한 녹차의 맛을 음미하고 있자면 카페인 탓인지 정신이 바짝 든다. 단조로운 일상을 대하는 태도는 녹차의 텁텁한 맛과 닮았다. 왜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어서도 안 되고 아무도 안 알려줄 것 같다. 아니, 못 알려줄 것 같다. 가족 중에 답을 아는데 의뭉스럽게 비밀로 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각자의 비대하고 건조한 삶을 묵묵히 살아낸다.


누군가 내 하루를 지켜본다면 하품이 나오고 기지개를 켜다 이내 일어나 자리를 뜰 것이다. 하지만 티켓 값이 아까워서 엉덩이가 아파도 끝까지 버티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후자에겐 선물이 주어진다. 녹차의 맛을 끝까지 음미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선. '정답을 맞히신 분께는... 감사를 드립니다.'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출처: 다음 맥스무비


옆집 정신과 의사 아저씨는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스트레스는 원래 안 풀리는 거야. 통제수단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제 소재가 나에게 없어서 생기는 게 스트레스거든. 애초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생긴 게 스트레스인데 그걸 푼다는 게 말이 돼?'


입에서 초록색 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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