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벨라가 있는 고향 비테프스크. 고향을 덮은 눈은 날개를 달고 머나먼 파리에 있는 샤갈의 정맥에도 살포시 내려 앉는다. 그리울 때마다 그린다. 한 쌍의 커플, 고향의 염소, 벨라에게 매일 주고 싶은 꽃다발을 그리고 또 그린다. 제2의 고향 파리는 고마워서 파랗게, 희고, 빨갛게 칠한다. 유대인 샤갈은 고향인 러시아에서 파리로, 그리고 미국으로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도 빛과 사랑을 잊지 않는다. 아니, 잊지 않으려고 그린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 마르크 샤갈 -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렸던 정우철 도슨트의 토크 콘서트
누가 그랬다. 연애를 하면 혼자 해도 되는 걸 굳이 둘이 하는 거라고. 밥을 먹여준다든가,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일 말고도 내 몸의 반을 연인으로 채우고 싶고, 연인의 반쪽이 되고도 싶은 마음. 땅에 발이 닿지 않는 그 마음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샤갈과 벨라의 마음과 닮았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평생을 살아간다. 희귀한 순정. 나치의 핍박을 피해 고향 러시아에서 미국까지 갔다 돌아올 적에 벨라는 시름시름 앓다 약 한 번 못 써보고 세상을 떠났다. 한때는돈도 벌고 유명해져 벨라를 다시 만나러 오기 위해 파리에서 활동하며 고향의 염소, 나무, 교회도 그리며 벨라와 수천수만 번은 만났더랬다. 벨라가 없었다면, 사랑하는 벨라가 고향에 없었다면 샤갈은 지금의 샤갈이 되었을까. 샤갈은 죽기 전날에도 무언갈 그렸다. 캔버스에는 벨라가 있고, 꽃다발이 있고, 이제는 꽃다발을 받아도 될 샤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