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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Dec 15. 2023

"선생님, T예요?"

우리는 왜 불안할까?  - 인간관계편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한 번만 불러....왜?"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제 친구가 같이 학원 다니는 친한 친구가 있는데요. 본인이 너무 아파서 학원을 못 가겠다고 했더니, "응 알았어!" 하고 학원에 가더래요."


"....(무엇이 문제이며, 이 에피소드의 요지가 무엇인지 뇌를 분주하게 굴리는 중)...음...그게 왜?"


"와...선생님도 T인가 봐. 선생님 T죠?"



MBTI* 유행 초반,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칠판 한 켠에 그 반 아이들의 MBTI가 빼곡히 적혀있곤 했다. 마치 신분증 아이디라도 되는 것처럼. 그 외의 성향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물론 말로는 MBTI란 '경향'이라는 점에 다들 동의했지만, 사실상 그들에게 T와 F는 엄연히 다른 생명체였다.

*MBTI 또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써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보고서 문항을 통해 인식하고 판단할 때의 각자 선호하는 경향을 찾고, 이러한 선호 경향들이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심리 검사. T는 Thinking 생각, 이성적 사고가 우세하고, F는 feeling의 약자로 감정이 우세!



누군가가 "공부가 먼저예요, 관계가 먼저예요?"라고 묻는다면, 예전의 나는 조금 망설이다 공부라고 말했을 것이다. 공부 답이 있으니까 같은 이유라기 보다는, 관계가 학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반대다. 관계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게 되면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또래집단이 인생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시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 영향을 정말 몰랐을까? 깊은 기억은 사고를 잠식한다. 나는 더 파고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너 T지?" "선생님 T죠?"

우스갯소리에 뭘 그리 진지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 공감해줘.

둘. 맞는 말만 하지말고.



시간이 지나면 좋은 관계란 다투지 않는 것보다 잘 화해하면서 유지된다는 걸 알게 되지만, 어른들도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른 채 어른이 된다. 갈등이 두려운 어른에게서 불안을 먹고 자라고, 화해는 용기 있는 사람의 몫이란 걸 어른도 다 잃고 나서 배우기도 하니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은

"그렇지만 이해해 보고 싶어. 그리고 이해받고 싶어"라는 말로 들릴 때가 있다.


톤과 상황에 따라.


내가 아픈데 '괜찮냐, 푹 쉬어' 같은 말 한마디 없이 어떻게 학원에 갈 수 있냐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T와 F 나라의 소녀들이 좀 웃기고 귀여웠다. 아직은 이해 받고만 싶은, 이해할 수 없는 상대가 당황스러운 시절을 통과하는 그들에게서 어릴 적 내 모습이 스쳐간다. 내 안에 아직 어른 아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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