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때는 타로 카드 점치지 마세요."
타로 마스터 칼리선생님은 경험상 원하는 점괘가 나올 때까지 뽑으라고 했다. 그리고 더는 가지 말라고. 그 기운을 믿고 살아가라고.
우유부단해져 누군가 대신 답해주길 바랄 때, 내 마음이지만 나도 모를 때 우린 타로 카드를 떠올린다. 타로는 이래라저래라 말해주진 않는다. 대신, 고민하는 동안 마음이 닫히고 시야가 좁아지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 대신 카드의 키워드를 읽어준다. 전체적인 흐름은 어떠한지, 권력(힘, 지원, 도움 등)은 어느 쪽에 얼마나 있는지, 단계는 시작인지 끝에 다다랐는지.
케이스에 맞게 질문을 뽑으면서 알게 된 건 상담자의 지식, 상황을 세세하게 떠올리는 능력이 상담의 질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 내가 아는 만큼 조언할 수 있고, 상대의 상황과 자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질문력도 생기지 않겠는가. 몇 해 전 입시 상담의 시간도 스쳐갔다.
또 하나, 내가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면 - 가끔 자점을 치긴 하지만 - 이 타로상담 공부는 내 주변 사람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심리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이 될 거라는 점. 꾸준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
한 유명 축구 선수는 축구를 시작한 이유가 상대적으로 돈이 안 드는 스포츠였고 열심히 하면 빵과 우유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영화 에세이를 펴낸 한 소설가는 도피의 수단으로 영화관에 갔다고 했다. 같은 결핍을 겪어도 달리 반응하는 모양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외국어나 글쓰기로 도피했던 것도.
그러니 반응하는 태도와 행동이 우리 자신을 말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결핍, 갈등, 혐오는 어쩌면 내가 나여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가을이 온다. 결국엔, 다 괜찮았으면 좋겠다.